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바덴바덴' 대역전극을 '파리'에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0 18:39

수정 2023.11.20 18:39

[강남시선] '바덴바덴' 대역전극을 '파리'에서
"최종 결정까지 1년 반 정도 남아 있는데 현재 상황을 축구 경기에 비유하자면 전반전 30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2대 0으로 뒤지고 있었는데 정부와 민간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한 골을 넣어 2대 1 상황이 됐고, 후반전에 역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해 여름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다녀온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기자가 부산 엑스포 유치 가능성을 묻자 이같이 분석했다. 민간위원회 집행위원을 맡고 있는 우 부회장은 사실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맞대결로 압축된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역전 가능성을 점쳤다.

오는 28일 국제박람회기구(BIE)가 위치한 프랑스 파리에서 최종 개최지 투표가 실시된다. 한국은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사우디가 한국보다 1년 정도 앞서 유치활동을 시작한 데다 빈살만 왕세자가 탈석유를 기치로 내건 '비전 2030'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일환으로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면서 아직 한국이 앞선다고 장담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최근 만난 정부 및 민간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의 분석을 보면 1년 전에 비해 사우디를 많이 따라잡았으며, 2차 투표까지 갈 경우 한국이 유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8일 1차 투표에서 182개 BIE 회원국 중 출석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는 도시가 개최지로 결정되는데, 이를 득표한 도시가 없을 경우 다득표 1위와 2위 도시를 놓고 2차 투표를 한다. 현재 리야드와 부산 맞대결로 압축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2차 투표까지 갈 경우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우디 외에 유일하게 2034년 국제축구연맹 월드컵 개최를 희망한 호주가 포기하면서 사실상 사우디가 개최국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사우디가 월드컵과 세계박람회를 모두 독식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어 BIE 투표 과정에서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정부와 우리 기업들은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일 영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23~24일 프랑스 파리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각국 BIE 대표들을 만나 부산 유치를 설득하는 등 총력전을 펼친다. 민간 엑스포유치위원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해 5월 민간 유치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160여개국, 800여명의 고위급 인사를 만났으며 삼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 회장들도 해외 네트워크를 가동해 유치전에 나섰다.


88올림픽 유치 당시 경쟁상대는 1964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한 경험이 있는 경제대국 일본의 나고야시로 1977년부터 철저히 준비해서 서울 유치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하지만 올림픽 민간추진위원장을 맡은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특유의 뚝심과 IOC 위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설득작업으로 서독 바덴바덴에서 52표를 얻어 27표에 그친 나고야를 누르고 "쎄울(서울)"의 기적을 만들었다.
이제 다시 한번 파리에서 대역전극을 기대해 본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정보미디어부장 산업부문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