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기온이 지금의 각국 정책에 변화가 없는 한 산업화 이전에 비해 2.9℃ 높은 수준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유엔이 20일(이하 현지시간) 경고했다.
유엔은 파리기후협정에서 합의한 1.5℃ 한도로 기온 상승이 멈출 가능성은 고작 14%에 불과하다고 비관했다.
파리기후협정에서 합의한 것보다 더 과감한 탄소배출 정책이 추진되지 않는 한 지구 기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비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환경프로그램(UNEP)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후위기의 근본 독소인 화석연료를 뿌리 뽑아야" 기온 상승 한도를 2℃, 이상적으로는 1.5℃로 제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노가 부러진 구명정에 그저 바람만 불어넣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최소 1.1℃ 상승했다.
아랍에리미트연합(UAE) 두바이 28차 유엔환경회의(COP28)를 열흘 앞 둔 이날 UNEP는 보고서에서 지금 이대로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실가스 배출 규모는 이산화탄소(CO2)를 기준으로 574억t에 이르러 신고점을 찍었다. 2021~2022년 1.2% 증가한 뒤 또 다시 증가세를 타며 사상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구테흐스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목표와 실제 탄소배출 규모 간에 '간극'이 상당하다면서 "이 (간극의) 협곡은 깨진 약속, 스러진 목숨들, 그리고 깨진 기록들의 쓰레기 더미에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지구 기온 상승을 2℃ 이내로 막으려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140억t, 지금보다 28% 줄여야 한다. 이상적인 기준인 1.5℃로 제한하려면 220억t, 또는 40% 이상 감축해야 한다.
UNEP는 이제 이상적 목표인 1.5℃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확률이 고작 14%라고 경고했다. 모호한 신흥국들의 약속, 구속력없는 순배출 제로 목표 등 각국이 모든 약속을 이행한다고 해도 1.5℃로 제한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다.
유엔은 조건없는 각국의 약속만을 이행할 경우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9℃ 높아질 것이라고 비관했다.
또 재정·기술지원이 있을 경우 취하기로 한 신흥국들의 조건부 약속이 이행해도 기후 상승 한도는 2.5℃ 수준으로 제한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유엔 지도부는 이번 두바이 COP28에서 약 200개 나라로부터 3가지 확실한 약속을 받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전기생산 능력을 3배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을 2배 높이며, 취약한 나라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손실과 피해' 기금 마련이다.
구테흐스는 UNEP와 공동성명에서 지난주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 미국과 중국이 일부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공동협력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인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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