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금요일 부산지법서 1심 선고
검찰은 "가석방 기회 주지 말라" 사형 구형
정유정은 재판부에 반성문 19차례 써내
"중국어 공부하고 있다, 새 삶 달라" 요청하기도
검찰은 "가석방 기회 주지 말라" 사형 구형
정유정은 재판부에 반성문 19차례 써내
"중국어 공부하고 있다, 새 삶 달라" 요청하기도
[파이낸셜뉴스]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3)이 이번 주 금요일 24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사건 발생 6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재판부에 "정유정은 교화 가능성이 없다. 무기징역은 가석방이 가능하니 사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유정은 19차례 반성문을 쏟아냈다. 법정에서 "(나에게) 새 삶을 살 기회를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의의 여신 디케가 든 저울은 처벌과 교화 둘 중 어느쪽으로 기울까.
"영원한 격리 필요하다"는 검찰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4일 오전 10시 부산법원종합청사 351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사체손괴,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의 1심 판결을 내린다. 지난 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정유정은 교화 가능성이 없고,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가 필요하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41분께 중학생인 것처럼 가장해 A(20대)씨의 집에 들어간 뒤 가져온 에코백에서 흉기를 꺼내 A씨를 10분간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유정은 A씨를 실종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같은날 오후 6시 10분부터 오후 9시까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시신을 훼손했다. 다음날 오전 1시 12분께 A씨의 시신 일부를 경남 양산시에 있는 공원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재판과 별개로 정유정은 추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유정이 범행을 저지르기 전 온라인 중고 거래 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 B(20대)씨와 C(10대)군을 유인해 살인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살인예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정유정의 살해 행위에 대해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살해한 '이상동기'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유정의 범행이 계획됐다고 주장했다. 과외 앱을 통해 살해하기 쉬운 피해자를 물색하고,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한 뒤 중학생인 것처럼 교복을 입고 피해자에게 접근했다는게 검찰 주장이다.
피해자의 유가족들 또한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게 정유정에게 법정 최고형으로 엄벌을 내려달라는 내용이 담긴 엄벌 탄원서를 수차례 제출했다.
19차례 써낸 반성문, 판사는 "반성문인지 헷갈린다"
정유정 측은 불우한 성장과정과 우울증 등을 주장했다. 수차례에 걸친 반성문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결심에서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친조부와 새할머니 등의 폭행으로 피고인은 상세 불명의 양극성 장애와 우울 에피소드를 앓고 있는 점을 심신미약으로 고려해달라. 만약 감경되지 않는다면 정상으로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1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유정이 제출한 반성문은 19건이다. 법조계에선 반성문 자체를 감경을 위한 전략으로 본다. 판사들도 재판 서류를 훑어 보다가 자필 반성문이 나오는 부분에선 시간을 들여 읽는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진정성이 없을 경우 이를 가려낸다고 한다. 재판을 맡은 김 부장판사는 다른 재판에서 정유정의 반성문을 언급했다.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 재판에서다. 김 부장판사는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달라는 그런 식의 내용은 제대로 된 반성이 아니다"라며 "정유정도 계속해서 반성문을 써내고 있지만 그게 반성문인지 아닌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법조계, "판사가 감경요소 무시하긴 힘들어"
법조계에선 정유정에 대해 검찰 요청대로 사형 선고가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잔혹 범죄에 대해 엄벌주의가 강해지는 추세지만 피의자가 여러가지 감경요소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의 범행 자백, 불우한 가정환경, 정신과 약물 처방 등은 정유정에게 일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정유정 사건을 심리하는 부산지법 형사6부는 최근 사형이 구형됐던 '양정 모녀 살인' 사건과 '부산역 보복 살인' 사건 등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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