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위축에 대출잔액 1043조
상환도 쉽지 않아 폐업 갈림길
상환도 쉽지 않아 폐업 갈림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3년간의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누적된 상황에서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연일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 사이에선 코로나19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생경제 현황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57.3%는 물가상승으로 사업에 '매우 큰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다소 부담'이라는 응답은 37.3%로 조사됐다. 10명 중 9명이 높은 물가로 경영에 부담을 느끼는 셈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A씨는 "밀가루랑 설탕 등 빵의 주요 원재료 가격이 훌쩍 올랐다"며 "원재료 가격은 올랐지만 장사는 더 어려워졌다. 주변에 장사하는 사람들도 다 장사가 잘 안 된다고 말하고, 올해 손님이 줄어 판매품목을 줄인 가게도 많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을 보면 지난 2·4분기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1·4분기 대비 9조5000억원 늘어난 액수로 역대 최대 규모다. 서울 동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공공요금도 그렇고 고물가에 모든 비용이 올라가니 돈이 없다"며 "자영업자들도 이전에는 미래를 위한 투자 목적에서 대출받은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진짜로 살기 어려워 대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금리로 대출 상환도 쉽지 않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실제 지난 2·4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역대 최대치인 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1.15%로 약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내년 초까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은 경영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정부는 폐업을 원하는 소상공인에게 원활한 폐업을 지원하고 또 사업 전환이나 임금근로자로 전환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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