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내년에도 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에 형성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아랍권 산유국이 모이는 ‘OPEC 플러스(+)’ 회의가 오는 26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인 가운데, 추가 감산은 어려울 거란 지적이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2일 “자발적 감산 기간 연장 발표 시 단기적 유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추가 생산량 감축 없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보다 2024년 원유시장 초과 공급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올해 4분기 배럴당 83달러, 2024년 평균 배럴당 76달러 전망을 유지한다”라고 밝혔다.
백 연구원은 "추가적인 감산량 조정을 위해 OPEC+ 구성원의 공조가 필수인데,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0달러를 웃도는 구간에서 단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사우디아라비아 외 OPEC+ 국가들은 지난 10월 대부분 생산량을 늘렸다. 사우디 홀로 감산을 이어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사우디가 추가 감산을 이행한 올해 3·4분기 석유 부문 수입이 오히려 지난해 동기보다 17% 줄었다”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역시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배럴당 60달러)에 따라 추가 감산에 나설 유인이 적다는 게 백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 10월 러시아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량은 하루 750만배럴로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평균 러시아산 유가는 80달러를 웃돌며 상한제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쟁 자금 조달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감산을 통한 유가의 추가 상향 조정 전략은 가격 상한제가 시행 중인 러시아 입장에서 이익이 없다”고 했다.
변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다.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도 높은 대응에 따라 이슬람 국가가 대다수인OPEC+가 결집할 수 있어서다. 서방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산유국들의 대응이 감산으로 발현될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백 연구원은 평가했다.
회의에서 사우디와 러시아가 자발적 감산 기간을 연장하는 정도의 조처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백 연구원은 “최근 회의를 앞두고 큰 폭으로 하락한 유가가 사우디의 심기를 건들고 있다”며 “사우디가 수급이 아닌 유가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면, 사우디와 러시아의 자발적 감산 기조를 2024년 초반이나 연말까지도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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