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신작 '괴물' 29일 개봉
[파이낸셜뉴스]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언을 하고 폭행을 가했다고? 학부모 입장에선 어처구니가 없고 눈 돌아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를 항의하러 학부모가 학교로 가자 교사들은 수군댄다. “교사 수난 시대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누가 잘못한 것일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추락한 교권에 대한 뉴스로 전국이 떠들썩했기 때문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은 이러한 사회문제를 어떻게 다뤘을지 관심을 모았다.
제76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괴물’이 22일 언론에 첫 공개됐다. ‘괴물’은 소도시 작은 마을에 큰 불이 난 어느 밤을 시작으로 어느 순간 몰라보게 바뀐 초등학생 5학년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이 영화는 같은 사건을 사오리와 선생 호리(나가야마 에이타) 그리고 학생 미나토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의 시선으로 차례로 보여준다.
학부모의 시선으로 본 이 사건은 학부모 입장에선 화가 치민다. 학교에 가서 진상을 따져 묻자 교사들이 90도로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사과만 할뿐 구체적 정황을 설명하거나 재발 방지를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 가해자로 언급된 선생은 상담 중간에 사탕을 먹질 않나, 차 사고로 손녀를 잃었다는 교장은 영혼 없는 눈으로 “선생의 팔과 학생의 코가 접촉이 있었다”는 어이없는 해명을 늘어놓는다. 분노한 미나토는 학생과 교사의 분리를 촉구하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나, 아들 미나토의 행동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어 교사의 관점에서 본 이 사건의 진실은 또 다르다. 그리고 두 학생의 입장에서 이 사건이 재구성되면서 마침내 진실이 드러난다. 학교폭력으로 시작된 이 영화는 학교보다 더 큰 사회에서도 폭력적 상황에 놓일 두 소년의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한다. 특히 3장에 해당되는 부분은 아역 배우 발탁과 아역 연기 연출에 독보적인 히로카즈 감독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영화는 두 아이의 입을 통해 “괴물은 누구인지”를 반복해 묻는다. 그런데 정작 카메라에 주요하게 잡힌 주조연보다 이들을 스쳐지나가는 조 단역들의 말과 행동이 순간순간 서늘함을 안겨준다. 그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에는 우리사회 편견과 선입견이 짙게 배여 있다. 또 근거 없는 말들은 쌓이고 쌓여 진실로 둔갑되고, 누군가를 아프게 한다.
극중 여교장의 남편은 자신이 낸 차 사고로 손녀를 잃는 큰 아픔을 겪었다. 이를 두고 한 교사는 호리 선생에게 “사실은 교장이 사고를 냈다는 소문이 있다”고 수근 댄다. 요리의 아버지는 학생 상담을 하러 온 교사에게 “(자신) 아들의 뇌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발언한다. 그는 아들을 학대하는 장본인이다. 또 요리와 미나토의 학급 내 몇몇 아이들은 요리를 갖가지 방법으로 괴롭힌다. 미나토는 그런 아이들의 행동에 화가 나지만,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런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숨겨야 한다.
이 영화는 2018년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가 자신의 SNS에 올린 게시글로부터 시작했다. 그는 히로카즈 감독을 연출가로 점찍었고, 평소 유지를 눈여겨보던 히로카즈 감독은 러브콜을 받고 플롯도 보지 않고 긍정 의사를 전했다.
히로카즈 감독은 화상간담회에서 “사카모토 유지가 쓴 각본을 처음 접하고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도대체 뭔지 모르겠더라”며 “누가 나쁜지 나도 모르게 괴물 찾기를 하더라. 나 또한 진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을 그 글 후반에서야 알 수 있었다. 스릴 있는 글이었다. 난 절대로 쓸 수 없는 플롯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유지를 ‘사람을 괴롭히는 작가’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뛰어나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스토리텔링이 아주 뛰어났다. 학교가 나쁜가, 엄마가 나쁜가, 관객의 생각을 왔다갔다하면서 갖고 노는 면이 있다. 나는 이런 식으로 관객을 끌어 들인 적이 없어서 관객을 괴롭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1시간이 지나도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고, 모르는데 지루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는데 긴장감이 지속됐다. 그래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또 3장에 이르러서야 아이의 세계가 펼쳐지는데 그걸 보고 왜 내게 맡기고 싶었는지 알 것 같았다. 비유하자면 누군가 던진 공을 내가 잘 받아서 다시 던져줘야 하는 입장이 됐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3년간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각본을 고친 덕에 “지금껏 그 어떤 영화보다 현장에서 고민을 적게 했다. 편집 할 때도 쓸데없는 게 없어서 좋았다. 답이 명료하게 보였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감독 자신은 누가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연출했을까? 그는 "알고 보니 괴물은, 여기저기 돌다가 결국 나에게로 돌아오는 구조라는 게 이 각본의 뛰어난 점이라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괴물은 우리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학급 구성원에서 찾는다면, 두 소년을 적극적으로 괴롭히는 남자 3명이 있고 뒤에서 그들을 부추기는 아이들이 있다. 그들이 그 학급에선 가장 큰 괴물이라고 본다.”
두 아이의 모습을 담은 결말에 대해서는 “그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가장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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