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인도에 5200억 규모 3공장 건설
현지 점유율 40% 스즈키, 인도서 첫 EV 생산 결정
현지 점유율 40% 스즈키, 인도서 첫 EV 생산 결정
【도쿄=김경민 특파원】 도요타자동차와 스즈키 등 일본의 대표 완성차 업체들이 인도를 미래 수출기지로 낙점하고 현지에서 대규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 세계 완성차 시장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성장세가 가파르고 제조비용이 저렴한 인도가 최적의 수출 거점이라는 판단에서다.
도요타 "EV 수출허브, 인도가 딱이야"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도요타는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에 330억루피(약 5200억엔)을 투자해 현지에 세번째 신규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2026년의 완공이 목표다. 도요타는 강점인 하이브리드차(HV) 판매 확대와 전기차(EV) 보급을 앞두고 현지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1일 회사는 카르나타카 주정부와 신규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새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 10만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요타는 같은 주에 2공장을 운영하며 연 34만2000대를 생산하고 있다. 신공장이 가동되면 현지 생산능력은 30% 늘어나게 된다.
새 공장은 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도요타 인도법인은 약 6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요시무라 코이치 도요타 현지 지사장은 "우리는 인도가 세계적인 제조업 허브가 되도록 꾸준히 사업과 공급망을 성장시켜 왔다"며 "도요타는 인도 시장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인도에서는 1999년부터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미니밴 '이노바'를 주력으로 최근 다목적스포츠차(SUV)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닛케이는 "도요타는 이번 신공장을 통해 성장 시장에서 생산과 판매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즈키, 첫 EV 인도서 만든다
인도 승용차 시장점유율의 40%를 차지하는 스즈키도 인도를 EV 수출 거점으로 정하고 세계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스즈키는 인도에서 2025년 300만~400만엔(약 2600만~3500만원) 정도인 소형 SUV 타입의 EV를 생산해 일본에 수출·판매할 방침이다.
스즈키는 인도 서부 구자라트 공장에 새로운 생산 라인을 마련해 2024년 가을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생산은 자회사인 '마루티 스즈키'가 담당한다. 생산 능력은 연 25만대 정도로, EV 외 내연기관차 생산도 병행할 예정이다. 스즈키는 2026년 시즈오카현에서 경차 EV 생산을 시작할 계획도 갖고 있다.
회사는 EV 수요가 큰 유럽 수출을 노리고 있다. 자본 제휴 중인 도요타와 손잡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급 방식을 통해 유럽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특히 스즈키의 EV 자체 생산은 인도가 처음이다. 그 동안 일본 자동차 대기업들은 연구개발(R&D)과 인력 등 경영자원이 풍부한 일본 공장에서 기술을 확립하고, 생산모델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도요타나 닛산 자동차 등 내로라하는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일본에서 EV 생산을 시작했다. 이에 비해 EV의 핵심 공장을 인도로 정한 스즈키의 전략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日완성차들의 인도행, 이유는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인도 제조업 전반에서 원가는 일본보다 20% 싼 것으로 파악된다.
스즈키의 한 임원은 "유럽에서 중국산 EV와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중국 업체에 대항할 수 있는 생산 거점으로 원가 경쟁력이 있는 인도를 선택한 배경을 전했다.
아울러 일본은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환율은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인도가 최적의 EV 수출 거점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인도는 EV 시장으로도 유망하다. 올해 1~6월 EV 판매대수 점유율은 1% 이하로 작지만 전년동기대비 6배 고속 성장했다.
영국 조사회사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는 승용차와 소형 상용차를 합친 차량 수는 2030년 615만대로 2022년 대비 40%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도요타의 인도 판매는 15만대로 도요타·렉서스의 세계 판매량의 2%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1~9월에 이미 16만대를 팔아 전년동기대비 30% 증가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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