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국가 면제' 들어 각하…2심 "대한민국 법원 재판권 인정"
[파이낸셜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각하 판단을 내린 1심을 뒤집은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33부(구회근·황성미·허익수 부장판사)는 23일 이용수 할머니와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5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은 지난 2016년 12월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며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의 쟁점은 다른 국가인 일본이 재판 대상이 될 수 있느냐였다. 1심 재판부는 국가의 주권 행위를 다른 나라에서 재판할 수 없다는 '국가 면제'를 인정해 청구를 각하한 바 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본격적 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소송을 종료하는 결정이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일본의 행위가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법정지국 국민인 피해자들에 대해 자행된 불법행위로, 국가면제가 부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1심 판결과 달리 현재까지 형성된 국제관습법상 일본에 대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하는 게 타당하다"며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돼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최소한의 자유조차 억압당한 채 매일 수십 명의 일본 군인들과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요당했고, 그 결과 무수한 상해를 입거나 임신·죽음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했다"며 "종전 이후에도 정상적인 범주의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별 위자료는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주장하는 각 2억원은 초과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소멸시효에 대해서는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 등은 피고 측의 항변이 없어서 따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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