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은 컴퓨터가 인식 가능한 전산언어다. 기업이 공시한 재무제표 정보를 AI와 딥러닝을 적용, 분석이 가능한 형태로 개발됐다. 특히 글로벌 표준이어서 분석대상 기업의 재무정보를 다른 기업과 비교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을 제공한다.
최근의 재무제표 공시는 본문 이외에도 많은 양의 정보를 주석으로 제공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기업분석은 아직 재무제표 본문 정보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방대한 양의 정보가 주석으로 공시됨으로써 사람이 분석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주석 정보는 구조화돼 있지도 않아 분석을 위한 형태로 추출이 쉽지 않다.
XBRL은 주석 정보를 세분화하고 전산화된 언어로 구조화해 제공하기 때문에 정보이용자가 컴퓨터를 활용해 필요한 주석 정보를 쉽게 뽑아낼 수 있다.
XBRL은 서로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시스템 간에 용이하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구성돼 데이터를 재작성하거나 재입력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기업 재무정보의 유통시간도 단축된다. 이 같은 데이터 공급체계 개선으로 품질 높은 재무정보를 저렴한 가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재무정보의 대중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하지만 XBRL 공시방식이 완결되고 기대 가치가 실현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종전의 재무정보 공시 및 분석 방법을 활용한 투자 의사결정 결과보다 XBRL 재무정보를 활용한 의사결정 결과가 우수하다는 것이 입증되기까지는 데이터가 축적돼야 하고,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획된 변화의 여정 속에서 완전성이 높은 XBRL 재무정보가 실효성 있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작성자인 기업, XBRL 제도를 관리하는 감독당국, XBRL 재무정보 작성을 지원할 회계법인, XBRL 교육과 데이터 품질을 관장할 한국XBRL본부 등 XBRL 생태계 내 모든 당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XBRL 재무정보의 품질이 낮을 경우 오히려 잘못된 투자 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고, 이는 XBRL 재무정보의 본질적인 잠재력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의 재무정보 공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정보비대칭을 개선하고, 기업의 자본비용을 감소시키며,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것이 실증적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기업과 시장참여자들이 AI와 딥러닝 같은 전산환경 변화를 반영한 XBRL 재무정보 공시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를 통해 재무정보 공시의 혁신을 완성한다면 우리나라의 기업가치 평가를 높이는 것은 물론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상노 한길회계법인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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