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00명 이상 이용, 지자체 최초 스마트 흡연부스
"흡연자·비흡연자 모두 만족"
"흡연자·비흡연자 모두 만족"
[파이낸셜뉴스] 뿌연 연기와 매캐한 담배 냄새. 흡연 공간의 간접흡연 문제는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갈등을 반복하는 원인 중 하나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역 인근에 설치된 한 흡연부스는 조금 특별하다. 이곳은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모두 배려한 시설이다.
담배 냄새 덜 나고 덜 배고.. '성동형 스마트 흡연부스'
성동구는 지난 2022년 11월 지자체 최초로 스마트 흡연부스를 설치했다. 최대 14명의 인원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밀폐형 흡연부스다.
부스 내외부 환경은 쾌적하다. 음압 설비를 갖추고 있어 문이 열려도 담배 연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공기 정화 장치를 통해 내부 공기가 순환되며, 연기와 유해 물질은 필터를 거쳐 외부로 배출된다. 부스에 머물러도 옷에 냄새가 배지 않는 구조다.
취재를 위해 흡연부스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많은 흡연자들이 부스를 이용 중이었다. 출입문이 쉴 새 없이 열리고 닫혔지만 외부에서는 담배 냄새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꽁초를 버리면 담뱃불을 자동으로 끄고 꽁초를 파쇄하는 재떨이도 설치돼 있다.
부스에 사용된 장치들은 성동구청 직원들의 꼼꼼한 확인 과정을 거쳤다. 밀폐형 부스 형태에 '쾌적할 것, 냄새가 적을 것'이라는 기본 방침을 정해 두고 다양한 제품들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성동구는 하루 평균 1500명에서 2000명 정도가 스마트 흡연부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쾌적한 환경 덕에 간접흡연 민원도 대폭 줄었다. 한 해 평균 170건의 민원이 발생하는 장소였지만 현재는 '0건'에 가깝다고 한다.
성동구는 관내 지식산업센터 등 다중밀집시설을 중심으로 스마트 흡연부스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스마트 흡연부스 설치, 비흡연자를 위한 것"
스마트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데는 '위치'가 최우선 고려 대상이었다. 성동구 구정연구기획단 박장선 정책기획위원은 "스마트 흡연부스가 위치한 곳은 원래 금연거리가 아니었다. 대형 건물 앞인 데다 서울숲을 방문하는 시민 등 유동인구가 많았고, 흡연 민원도 굉장히 많았던 곳이다"라며 설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비흡연자들의 민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박 위원은 "비흡연자가 오히려 흡연부스를 더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며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서로 떨어져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배려한 공간인 만큼 각 집단의 만족도도 높다. 그는 "비흡연자들의 민원이 적어진 것으로 상황이 나아졌다고 파악했다. 흡연자 또한 꽤 만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할 테니 예전보다 조금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설을 잘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동시에 흡연을 할 경우 담배 냄새가 묻어나는 점은 불편사항 중 하나다. '공간이 조금 더 크면 좋겠다', '전자담배 흡연 공간을 분리해달라'는 의견도 있어 성동구는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추후에 조성하는 부스는 전자담배 흡연 구역을 따로 분리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박 위원은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려면 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를 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의 기본 방침은 금연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면 말을 듣지 않는다. 어느 정도 피울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흡연권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금연권을 더 잘 보장하는 방안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sunset@fnnews.com 이혜진 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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