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걸그룹으로 뭉친 디바들의 성장기, '골든걸스'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단 3회만에 화제성을 장악한 것은 물론, 시청률도 나쁘지 않아 하반기 KBS 예능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달 처음 방송된 KBS 2TV '골든걸스'는 평균 38년, 도합 151년 경력을 가진 국내 최정상 보컬리스트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가 K팝 최정상 프로듀서 박진영의 프로듀싱과 함께 걸그룹으로 컴백하는 여정을 그린다. 8090을 휩쓸었던 레전드들이 뭉쳐 '4세대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색다른 콘셉트는 론칭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골든걸스'는 K팝 트렌드를 이끄는 엔터사 JYP의 수장 박진영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는 소속팀을 프로듀싱하는 것이 즐거웠지만, 한편에는 음악적 갈증이 있었다고. 1980년대 음악에서 답을 찾은 그는 당시 전성기를 누린 가수들을 모아 걸그룹을 만들자는 신박한 계획을 세웠다. KBS에 이러한 기획을 먼저 제안한 것도 박진영이다.
하지만 상상은 쉬워도 실현은 어려운 일. 박진영에게도, KBS에게도 '골든걸스' 프로젝트는 도전이었다. 베테랑 보컬리스트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은데, 짧은 시간 안에 이들을 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여러모로 어려웠을 터. 이에 박진영은 수개월에 걸쳐 멤버들을 섭외하고 제작진 역시 이를 도왔다. 어렵게 결성한 팀의 구성은 완벽했다. 박진영은 골든걸스에 대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한국 최초의 그룹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초반에 눈에 띈 건 출연진의 캐릭터와 관계성이다. 박진영은 대형기획사 JYP의 수장으로 몇몇 서바이벌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까마득한 선배 아티스트 앞에선 그저 '순한 양'이 된다. 디렉팅을 깐깐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도, 네 명의 디바들과 작업할 때는 무릎 꿇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장요근 단련' 등 본인이 중요시하는 부분에서는 타협이 없어 디바들을 고개 젓게 한다. 초반부터 선명하게 드러난 관계성은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와 재미를 이끈다.
디바들 역시 만만찮게 매력적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이은미다. 댄스를 시도해 본 적이 없기에 낯설어했던 그는 걸그룹들의 퍼포먼스를 소화해야 한다는 미션을 받고 '멘붕'에 빠져 꾸준히 '탈퇴하고 싶다'고 외친다. 이에 '은쪽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툴툴대면서도 결국에는 무대를 완벽하게 해내며 '성장캐'로 떠올랐다. 여기에 프로듀서와 동생들의 의견을 지지하는 인자한 인순이, 팀원들을 격려하고 사기를 돋우는 박미경, 박진영을 쩔쩔매게 하는 '포스'를 발산하는 신효범까지 각 멤버들은 여느 아이돌 못지 않게 뚜렷한 캐릭터성으로 '골든걸스'에 녹아들며 즐거움을 더한다.
물론 실력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디바들의 가창력은 시청자들을 홀린 듯이 TV 앞으로 이끈다. 첫 번째 미션에서 신효범은 뛰어난 가사전달력과 감성으로 트와이스의 '필 스페셜' 멋지게 완성하며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얻었다. '필 스페셜' 무대는 워낙 화제가 된 덕에 '골든걸스' 개국공신으로 불릴 정도. 또한 인순이는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를 '소울풀'하게 소화해 보는 이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두 번째 미션에서 박미경과 이은미로 구성된 미미시스터즈는 소녀시대 유닛 태티서의 '트윙클'로 노래는 물론 퍼포먼스까지 완벽하게 보여줘 원곡 가수 티파니까지 놀라게 했다. 꾸준히 발전하는 이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호응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 같은 요소들이 더해진 '골든걸스'는 회를 거듭할수록 사랑받고 있다. 첫 회부터 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 기록했고, 2회는 5%까지 올랐다. 결방 후 돌아온 3회는 3%였으나, 화제성이 높아 반등이 기대된다. 그뿐만 아니라 '골든걸스'는 2023년 11월 예능 프로그램 브랜드 평판 18위(이하 한국기업평판 연구소 기준)에 랭크됐고, 출연진 역시 가수 브랜드 평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골든걸스' 공식 유튜브 채널 역시 구독자 6만 명을 돌파했으며, 첫 번째 미션 영상들은 100만 뷰를 넘기며 인기를 증명했다.
'골든걸스'가 이렇게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혁 PD는 "시청자들이 '골든걸스'를 보고 '부모님과 같이 봤다', '아이들과 함께 봤다'라고 많이들 말씀하신다, '골든걸스'에는 세대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며 "나이를 떠나서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노력해 볼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 감동을 주고 해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게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는 이유 같다"라고 말했다. 인순이 역시 23일 진행된 '골든걸스' 기자간담회에서 "어리지 않은데 도전하는 모습, 꾸미지 않은 모습에 대해 점수를 주시지 않나 한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동안 '골든걸스'는 멤버들이 걸그룹 커버 무대에 도전하는 모습이 신선함을 줬다. 향후 진짜 '골든걸스'의 오리지널 음악 작업기를 통해 보여줄 매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양 PD는 "이제는 골든걸스가 디바들의 자기 이야기 좀 더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그리고 디바들도 경험해보지 않은 세대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자리가 많아질 테니 기대해 달라"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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