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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년멤버 줄사표, 수장 공백 우려…흔들리는 공수처 [법조 인사이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6 12:48

수정 2023.11.26 12:48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사진=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당시 뭉쳤던 '1기' 원년 멤버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1기 검사 10명이 임기를 마치지 않고 현재 3명만 남았다. 처장 임기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 후임 인선 작업도 더뎌지고 있어 조직 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기 검사 '13-10', 기소는 '제로'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 소속 김숙정 검사(변시 1회)는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현재 공식적으로 검사 1명이 사의를 표명해 사직 절차를 밟고 있다”며 “향후 채용계획은 사직 절차가 마무리되면 구체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검사는 공수처 출범과 함께 임용된 ‘1기 검사’다.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으로 3회 연임이 가능하지만, 1기 검사들은 임기를 채우기도 전에 줄줄이 조직을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공수처 1기 검사 중 최석규·김수정·예상균·김성문 부장검사, 문형석·이승규·김일로·박시영 최진홍 검사가 공수처를 떠났다. 김 검사가 나가게 되면 공수처 1기 검사 13명 중 10명이 떠나 김송경(사법연수원 40기)·이종수(40기)·허윤(변시 1회) 검사 등 3명만 남는다.

그동안 공수처가 실적 부진에 대한 비판을 받아온 만큼, 원년멤버들의 줄사표로 수사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수처가 올해 재판에 넘긴(기소) 사건은 한 건도 없다.

퇴직자의 쓴소리도 나온다. 공수처 부장검사 출신 예상균 법무법인 KDH 변호사는 올해 논문을 통해 “구성원들의 역량 부족일 수도 있지만 공수처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처장 공백 우려도 겹악재
처장 공백 사태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악재로 꼽힌다. 후임 처장에 대한 인선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차기 처장 인선을 위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달 초 활동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김진욱 처장의 인선 과정에 7개월이 소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 공수처장 자리가 공석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내년 1월 20일 임기가 끝난다. 공수처 2인자인 차장이 처장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지만 여운국 차장의 임기도 김 처장과 같은 달 종료된다. 처장은 공수처 검사들의 임용을 비롯해 공수처 수사와 사무 전반을 관리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자리인 만큼, 공백 사태가 현실화되면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 인선 절차는 여야 추천위원 등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 2명을 추천하면 이 중 1명을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처장이 고위공직자 수사라는 민감한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인물인 만큼, 인선 절차에는 여야 간 기 싸움에 따른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럼에도 차기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는 모양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아직 후보 물망에 누가 오르고 있는지 뚜렷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다른 국회 현안 처리에 뒤로 밀려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이미 수장 공백 사태 대비해 지난달 30일 공수처 검사 인사위원회 운영 규정을 보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인사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처장이 맡는 인사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를 보강하는 내용이 담겼다.
위원장(처장)이 직무대행자를 지명할 수 없는 경우 인사위원 중 최장기간 재직한 자, 재직기간이 같을 경우 연장자순으로 위원장 직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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