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적 공매도 금지 전격 결정, 한동훈 법무부 장관 총선 출마설 등에 따른 관료·정치인 테마주 주가 급등. 최근 국내 증시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원인은 하나다. 내년 4월 실시되는 총선이다. 개인투자자가 많아 선거의 영향을 피할 순 없다지만 매번 반복되는 테마주 급등락을 넘어 주식시장 제도 자체가 변동되는 건 우려를 피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되고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면서 제도개선을 늦출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매도 금지 혹은 개선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반한다는 보수적 입장이었기에 과연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총선을 앞둔 시점 국민의힘 의원이 '김포 다음은 공매도'라는 문자를 보낸 터라 더욱 그렇다.
표심을 고려했다는 점을 정부·여당이 부인하진 않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30 표심을 얻으려 고민 중이던 것"이라고 했고, 한 여당 의원은 "개미들이 다 유권자들이니 항의를 무시할 순 없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문제는 정책의 목적이 표심 끌기 그뿐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 모두 개인투자자 비중이 많다는 국내 증시의 특징을 고려한 이른바 '한국형 공매도'를 만들어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숱한 난관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구태여 입법·행정부가 개편되는 총선을 앞둔 시기 추진하는 탓에 낙관하기 어렵다.
당장 기관·외국인 공매도 문턱을 높이는 걸 두고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논란은 차치하고 밀어붙이더라도 당정이 마련한 개선안은 공매도 조건 통일의 경우 국회를 넘어야 하고, 전산화는 해외기관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년 6월까지인 공매도 금지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벌써부터 언급하는 이유다. 이에 복수의 정부·여당 관계자는 모두 "어차피"라며 입을 뗐다. 공매도 전면 금지가 아니면 개미 요구를 충족할 수 없고, 어차피 대외신인도 불안은 외환규제가 센 탓이라는 것이다.
만일 총선이 끝나면서 제도개선 의지가 시들해지고 큰 변화도 없이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앞으로의 정부의 증시 개선 시도도 신뢰를 잃고 테마주와 같이 선거로 인한 일시적 변동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이런 비합리적 변동성이 커지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선거 디스카운트'로 불릴지 모를 일이다.
김윤호 정치부 ukno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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