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달성하기 어려운 근무 환경…교육 등 개선 기회도 주지 않아"
[파이낸셜뉴스] 직원에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주고 실적이 부진하자 면직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송각엽 부장판사)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1994년 B수산업협동조합에 근무하다 2003년 퇴사 후 2004년 재입사했다. 그러다 2009년 1급으로 승진했고, 2017년에는 연구위원으로 임용됐다. 연구위원은 실적이나 평가가 부진하거나 현업 근무에 문제가 있는 직원들에게 책임감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조합은 A씨에게 공제와 특수채권 회수 업무를 부여했다. 아울러 성과 목표로 저축성 공제는 매월 50만원, 보장성 공제는 매월 20만원, 특수채권 회수는 조합 분기별 전체 특수채권액의 1%를 제시했다.
A씨가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자 조합은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면직 처분했고, A씨는 이에 반발해 구제 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중앙노동위원회가 기각하자 A씨는 결국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조합의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조합이 A씨에게 왜 공제와 특수채권 회수 업무를 부여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며 "목표가 다른 직원과 비교했을 때 형평을 벗어나지 않는 합리적인 수준인지, A씨의 노력 여부에 따라 달성 가능한 수준인지 등 객관적인 기준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씨는 다른 직원이 없는 사무실에서 혼자 근무했는데, 고객과 면담할 테이블 등이 설치되지 않아 근무 여건이 불리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창구 직원은 다른 직원보다 공제실적이 좋은데, 이는 사업장에 찾아오는 고객들을 상대로 직접 모집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별도 사무실에서 혼자 일한 원고의 경우 실적 달성을 위한 여건이 불리하다고 판단된다"고 봤다.
아울러 "근로자가 근무성적이 불량하다고 하더라도 교육 등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해고하는 것은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A씨가 재입사 이후 15년 넘게 근무한 점에 비춰 조합은 A씨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족한 경우 개선을 위해 충분히 기회를 부여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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