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간에 美 경제 지탱하던 민간 소비, 올해 말~내년 초 감소 전망
주택 및 빚 부담 늘어나고 쌓아뒀던 저축 급감
[파이낸셜뉴스] 민간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그동안 고금리와 공급망 불안에도 경제를 지탱했던 소비가 흔들리고 있다. 가계의 주택 비용 및 대출 부담이 커진데다 더 이상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미 CNN은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그동안 미 경제를 지탱했던 소비 열풍이 곧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은행도 지난달 22일 발간한 자료에서 미국의 민간소비 증가 속도가 느려진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증가폭은 지난 9월에 전월대비 0.7%로 8월(0.4%) 보다 컸지만 7월(0.8%)보다는 작았다.
CNN은 우선 미국인들의 주거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미 거래소 업체 ICE 자료에 따르면 미 중위소득 가계에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상환하기 쓰는 돈은 이달 6일 기준으로 월 소득 대비 40.5%에 달했다. 이는 198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국책 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에 의하면 지난 16일 기준으로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7.44% 수준으로 1984년 10월(18.45%)에 비하면 절반 이하다. 그러나 CNN은 시세와 계층의 중간값으로 비교할 경우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당시 3.69배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비율은 현재 5.87배까지 뛰었다. CNN은 5.87배라는 숫자가 ICE의 자료 수집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며 갈수록 집값이 소득에 비해 비싸진다고 지적했다.
주택 대출 외에 다른 빚도 적지 않다. 올해 미국인들의 비(非)주택 부문 대출은 2003년 이후 2배 넘게 증가해 4조8000억달러(약 6247조원)에 달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에는 5000억달러의 대출이 증가했으며 이는 지난 20년 동안 2년 치 통계로 가장 큰 증가폭이었다.
CNN은 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할부금이 늘어난 동시에 신용카드 빚이 늘어 전체 대출이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신용카드 빚은 3·4분기 기준 1조800억달러(약 1410조원)로 2021년 가을에 비해 약 34% 늘었다.
빚이 늘다 보니 못 갚는 사람도 늘고 있다.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신용카드 빚 잔액 가운데 90일 이상 연체된 ‘악성 연체’ 비율은 5.78%였다. 악성 연체 규모는 지난해 1·4분기 이후 약 90% 증가했다.
CNN은 소비자들이 코로나19 기간에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 정작 밖에 나가 쓰지 않았기에 많은 돈을 쌓아둘 수 있었다며, 이러한 저축이 소비의 동력이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많은 미국인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저금리 덕분에 모기지 이자를 아낄 수 있었다.
문제는 이제 돈이 거의 떨어졌다는 점이다.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가계는 코로나19 창궐 기간 동안 2조1000억달러(약 2742조원)의 초과 저축을 기록했지만 올해 6월 기준으로 이 가운데 1조9000억달러를 소비했다.
미 시장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의 에릭 룬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특정 시점에 빚은 지속 불가능하게 되고 저축은 더 이상 남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 소비자들이 이러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소비 위축이 나타난다고 예상했다. 이어 미 소비자의 4분의 1이나 절반이 소비를 줄인다고 내다봤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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