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종로에서의 승리를 바탕으로 수도권 승리의 견인차가 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하 의원의 종로 출마 선언은 수도권 험지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같은 당 현역인 최재형 의원이 지역구에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대권도전 루트의 상징성이 큰 지역인 만큼 오히려 종로 출마 선언으로 대권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종로는 우리 당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곳이고, 종로를 빼앗긴 채로는 수도권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며 "수도권 총선 승리의 제1조건이 바로 종로 사수다. 종로에서 힘차게 깃발을 들고 우리 당 수도권 승리의 견인차가 되겠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수도권 가운데서도 종로를 나름의 험지로 평가한 모양새다. 하 의원은 "종로는 보선을 빼고 세번에 걸쳐 민주당이 차지한 지역이라 험지이자 격전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9대에서 21대 총선까지 종로에서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당선됐다. 다만, 이 전 총리가 지난 대선 후보 당내 경선 중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이후 재보궐선거에서는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됐다.
하지만 당 혁신위원회가 당초 제시한 수도권 험지출마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험지출마의 배경은 기본적으로 '자기 희생'을 토대로 하는데 아무리 지역구(부산)을 떠나더라도 과연 종로가 혁신위가 제시한 험지에 포함되느냐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당 관계자는 "체급을 봐도 그렇고, 험지출마는 자기 희생이 기본인데 잠룡 루트인 종로를 가겠다는 게 과연 혁신위의 험지 출마 취지와 부합되는 지 솔직히 생뚱맞은 느낌"이라며 "출마는 자유지만, 일각에선 '셀프 험지', '욕심 험지'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귀뜸했다.
게다가 종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6대부터 18대까지 박진 현 외교부 장관이 한나라당으로 출마해 내리 3선을 했으며, 역대 선거 결과를 살펴봐도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당선자를 배출했다. 종로 지역구 분위기도 지역 현안보다는 전국적인 이슈나 인물론에 더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이에 하 의원의 종로 출마는 대권 주자로 나서겠다는 의지만 확인시켜준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예로부터 종로는 굵직한 정치 거물들이 주로 출마했던 곳으로, 지역구 출신으로만 윤보선·이명박·노무현 등 전 대통령 3명이 배출되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 의원의 종로 출마 선언과 관련해 "종로는 아직도 대한민국 상징적인 곳인데 주사파 출신이 갈곳은 아니다"며 "출마는 자유지만 착각이 도를 넘는다"고 썼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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