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2년만에 다시 울려퍼지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7 18:36

수정 2023.11.27 18:36

2021년 극찬받은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국립오페라단, 내달 3일까지 무대 올려
스테파노 포다 연출 "한국의 恨정서 담아"
2021년 선보인 '나부코'의 한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2021년 선보인 '나부코'의 한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민중을 위로하는 한(恨)의 오페라.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기념하는 국립오페라단의 '나부코'가 올겨울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 2021년 8월, 16년 만에 전막 공연으로 선보일 당시 "시공을 뛰어넘는 무대 미학과 철학"이라는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또다시 마련된 무대다.

베르디가 활동하던 당시 이탈리아는 합스부르크 제국(오스트리아)과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 민족공동체와 자유를 갈망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염원을 담아 베르디가 작곡한 '나부코'는 유대인들이 포로로 잡혀 바빌론에서 고난을 겪었던 구약성서 속 '바빌론 유수'를 주제로 다룬, 베르디 작품 중 유일한 성서 오페라다. 특히 베르디표 '아리랑'이라 불리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희망찬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로 민중의 마음을 위로하는 노래다.
이탈리아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투쟁가로써 이탈리아 제2의 국가로도 불린다.

작품의 연출은 무대·의상·조명 모두를 맡아 천재적 감각을 발휘하는 오페라계의 슈퍼스타, 스테파노 포다가 맡았다. 역사적 배경에 기대는 것이 아닌, 시공간을 초월한 희망과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웅장한 무대를 선보인다. 바빌로니아인과 유대인을 각각 빨간색과 흰색의 두 무리로 구분해 무대를 채우고, 2막에서는 두 무리가 뒤엉켜 인간 탑을 만들어내며 깊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무대와 의상은 한국적이면서도 미니멀한 미장센으로 꾸며진다. 한옥의 전통 문양을 연상시키는 격자무늬로 무대를 둘러싸고, 한국의 전통 실크를 활용해 의상을 제작했다. 특히 한국 고유 정서인 '한'을 조형화한 무대 배경과 '평화의 소녀상'을 오마주한 조형물을 통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스테파노 포다는 "한국문화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한'의 정서와 나부코에 담긴 정서가 일맥상통한다"며 "억압에 시달리고 고통받으면서도 존엄을 지켜내고 결속을 다지는 이들의 정서를 작품 속에 그려냄으로써 인류에 대한 성찰,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에 대한 담론을 풀어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의 지휘는 젊은 명장 홍석원이 맡는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롤 주립극장 수석지휘자를 역임하고 현재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대규모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통해 절망 속에 피어나는 희망을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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