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험지출마 요구에 시큰둥
과학인재 전략공천 등 일부 수용
인 위원장, 이준석과 계속해 설전
한달 남은 혁신위 활동 차질 우려
출범 한 달을 맞은 인요한호(號)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내우외환에 흔들리고 있다. 당 지도부가 험지출마 요구 등 각종 혁신안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아 동력을 잃어가는 시점에 혁신위 내부 분열까지 일어난 데다 인 위원장의 설화 논란까지 터지면서다.
과학인재 전략공천 등 일부 수용
인 위원장, 이준석과 계속해 설전
한달 남은 혁신위 활동 차질 우려
27일 여권에 따르면, 혁신위를 향한 회의감이 증폭되면서 동력 상실 우려감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혁신안을 일부 수용하며 논란을 잠재우려는 모습이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 지도부는 우선 혁신위가 제안한 일부 공천 관련 제안에 대해 "의미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구체적으로 '상향식 공천' 관련 4호안과 '과학 인재 전략 공천'을 요청한 5호안을 공천관리위원회가 수용할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또한 5호안에 포함된 24개 장관급 부처에 과학기술 혁신 정책자문관 제도 도입 및 대통령실에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제안을 수용해 정부 측에 전달하기로 했다. 다만 '혁신안 전격 수용'이 아닌 '혁신위 응원' 정도의 지도부 입장이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공천 혁신안과 관련해 "공관위가 결정하고 의결해야 하는 것"이라며 "최고위 지도부도 거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혁신위 정신이 잘 반영되도록 공관위에 잘 전달하겠다"고만 했다.
지도부가 일단 일부 혁신안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지만 지도부와 혁신위 간 긴장감은 보다 팽팽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이 중진·지도부·친윤석열계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요구를 권고가 아닌 공식 안건으로 지도부에 전달하겠다고 예고하면서다. 지도부는 이날도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요구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김경진 혁신위원의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끌기용" 발언에 반발해 일부 혁신위원들이 '중도 사퇴'로 맞서는 등 혁신위 내홍이 생기면서 인 위원장의 리더십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인 위원장의 '무시 발언'도 논란을 더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 26일 이 전 대표를 겨냥해 "한국의 온돌방 문화와 아랫목 교육을 통해 지식, 지혜, 도덕을 배우게 되는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큰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이에 "정치하는 데 부모 욕을 박는 사람은 처음 본다. '패드립'(패륜적 말싸움)이 혁신이냐"고 강력 반발했다.
이에 1호 안건으로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취소를 추진한 인 위원장이 되레 이 전 대표와 불필요한 갈등을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인 위원장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일단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이날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과의 만남을 계획했으나 일정 40분 전 전격 취소했다.
여권에선 혁신위 자진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지도부와 혁신위가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혁신위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조기 해산에 선을 긋고 있지만 각종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지 못할 경우 한 달 남짓 남은 혁신위 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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