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脫중국’ 인도에 생산 재배치… "서로 일 하려고 몰려들어" [현장르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7 18:40

수정 2023.11.27 20:45

‘삼성전자 1차 협력사’ 이랜텍 인도 노이다 공장
청년 근로자들 일사불란하게 조립
조장현 법인장 "내년 공장 확장"
성장성·노동력 다 갖춘 기회의 땅
이랜텍 인도 노이다 공장 조업 모습 사진=조은효 기자
이랜텍 인도 노이다 공장 조업 모습 사진=조은효 기자
‘脫중국’ 인도에 생산 재배치… "서로 일 하려고 몰려들어" [현장르포]
이랜텍 조장현 인도법인장(전무)
이랜텍 조장현 인도법인장(전무)
【파이낸셜뉴스 뉴델리(인도)=조은효 기자】 "4000여명 공장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25세다. 주 60시간 근로제인데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서라도 더 일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의욕이 강하다."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차로 약 40분 정도 떨어진 노이다 지역의 삼성전자 공장 인근. 최근 방문한 삼성전자 1차 협력사이자 배터리 분야 매출 1조원대 중견기업인 이랜텍의 인도 공장에서는 2030대로 보이는 현지 근로자들이 일사불란하게 휴대폰 케이스를 조립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조장현 이랜텍 인도법인장(전무)은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길 것에 대비해 내년 말까지 공장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애플 인도 거점화에 생산재배치

세계적인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면서, 사업 기회도 함께 열리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 효성, CJ등이 인도 진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애플 위탁생산기업인 폭스콘, 구글, 퀄컴, HP, 닛산, 대만 반도체 기업 등이 인도를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다. △성장 잠재력 △공급망 관리 △인도 정부의 제조업 유치 전략(메이크 인 인디아) 등이 인도행을 택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이랜텍은 삼성전자의 중국 휴대폰 공장 철수 결정(2019년)을 전후해 수 년간 인도와 베트남, 국내(경기도)로 생산라인을 재배치했다. 일명 P턴 기업(중국에서 다른 해외 지역으로 이동)이자 U턴(국내로 회귀)기업의 대표적 예다.

인도 현지에서는 휴대폰 배터리팩·본체 케이스·충전기·케이블 등을 생산해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있다. LG에너지 솔루션, 혼다, KT&G 등과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 기업중 현지 생산법인 규모(매출 약 2600억원·2022년 기준)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세 번째 정도로 꼽힌다. 이랜텍은 현 노이다 공장 바로 옆에 약 4만㎡(1만2000평)부지를 매입, 공장 규모를 3배 확대할 계획이다.

현지에서는 현대자동차, 기아의 현지 생산 확대로, 관련 자동차, 철강 분야 투자도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대기업 종합상사 관계자는 "과거 15년간은 중국과 인도네시아가 주요 투자지역이었으나 앞으로는 인도 지역을 투자처로 보고, 관련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 뉴시스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 뉴시스
■무한 성장성에 노동력 무한공급

인도 현지 진출 기업들은 인도의 성장성 만큼은 자신했다. 인도는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대국(14억명)으로 올라섰다. 매년 약 1000만명 안팎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5년이면 한국과 같은 국가 1개 정도가 탄생하는 셈이다. 현지 기업 관계자는 "저임금 노동자부터 최고급 IT인재까지 사실상 '무한공급'되는 시장이나 다름없다"면서 "베트남만 해도 '사람 구하는 게 일'이라는 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기아 인도공장. 기아 제공
기아 인도공장. 기아 제공

인구의 3분의 2인 약 9억명이 35세 미만이라는 점에서 소득 수준 증가에 따라 인도의 소비 활동도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가 올해와 내년 6.3% 수준의 경제성장을 구가, 2028년까지 세계 경제 성장의 1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20개국(G20)중 유일하게 6~7%대 고성장 국가다. 다만, 세법 등 복잡한 법규, 수출입 인증제도 등은 여전히 외국기업들에게 큰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이영호 한국무역협회 인도지부장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인도 투자 확대로, 1차 협력사는 물론이고, 그 보다 체급이 작은 중소, 중견기업들의 진출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법·제도·관습 등 시장 진출에 앞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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