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부품 사용 등 적극 도입
전기차 개발이 급한 다국적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중국에서 투자와 협력을 늘리고 있다. 이들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중국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폭스바겐그룹과 일본 닛산자동차 등을 언급하며 한때 중국 자동차업체들보다 훨씬 앞섰던 기업들도 중국에서 배울 것이 생겼다고 전했다. 중국 컨설팅업체 오토모빌리티에 의하면 폭스바겐은 올해 1~10월 중국에서 243만5000대를 팔아 판매순위 1위였지만 2위(214만3000대)를 기록한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에 쫓기고 있다.
폭스바겐 중국법인의 랄프 브란트슈테터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폭스바겐은 일단 유럽에서 차를 만들어 중국에 맞게 일부 수정한 뒤 완성차를 중국에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방식이 전동화된 중국 시장에 더 이상 맞지 않는다며 "더 기민하게 움직이고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파트너들과 더 긴밀히 협력해 중국에 맞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은 이를 위해 조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독일제 부품 대신 중국에서 신속하게 구할 수 있는 현지 부품 사용을 늘리고 있다. 폭스바겐은 디스플레이, 미디어시스템, 전기차 배터리와 헤드라이트 등을 중국에서 조달하면 개발시간을 약 30%, 관련비용을 20~40%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폭스바겐 경영진은 중국 업체가 공급하는 부품의 품질과 내구성, 기술이 지난 4년간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브란트슈테터 CEO는 중국 업체들이 신차 개발에 걸리는 속도가 2년6개월 정도이지만 폭스바겐은 4년 남짓이라며 중국 브랜드와 경쟁하도록 개발시간을 단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은 특히 중국의 첨단 전기차 관련 기술을 얻기 위해 전기차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엑스펭, 배터리 업체 궈시안하이테크, 자율주행 기업 호라이즌로보틱스 등 현지 기업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닛산 역시 중국에서 배우고 있다. WSJ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 닛산이 시험용 차량을 만들기 전에 먼저 금형이 완성될 때까지 몇 달을 기다렸지만 지금은 금형 시제품을 이용해 시험용 차량을 만든다고 전했다. 이는 닛산의 중국 합작사인 둥펑닛산 산하 브랜드 베누시아에서 쓰던 기술이다.
닛산은 2026년까지 중국의 연구개발센터에서 개발한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 4종을 신규 출시할 예정이다. 일본 도요타 역시 중국 합작사 GAC도요타를 통해 기술자 영입 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 7월에는 중국산 부품 사용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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