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
재판부 "김기현 측근 수사로 선거에 영향"
송철호·송병기·황운하 나란히 징역 3년 실형
증거인멸·도망의 우려 없어 법정구속 피해
靑·울산시 관계자 등 혐의인정…일부만 무죄
"검찰주장만 수용" 반발…피고인들 항소예고
[서울=뉴시스] 김진아 박현준 한재혁 기자 = 법원이 이른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 울산경찰청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들을 비롯해 함께 기소된 전 청와대 관계자들과 울산시청 공무원들에게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대부분이 성립한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판사 김미경·허경무·김정곤)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 등 15명의 선고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 각각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송철호 피고인은 오랜 기간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시장 후보로 수차례 출마해 선거의 공정함을 알았음에도 당선을 위해 청와대 비서실이 개입하도록 범행을 주도했다"며 "자신의 승인 없이 범행이 이뤄지기 어려움에도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범행을 미루고 있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질책했다.
황 의원을 향해서도 "경찰공무원 직무 집행이 헌법을 준수하도록 지휘·감독해야 하지만, 송철호 피고인과 결탁해 직권을 남용하고 부당하게 업무 지시를 내렸다"며 "인사권을 남용해 경찰관들을 좌천시키는 등 경찰조직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져버리고도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증거인멸이나 도망 우려는 없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는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서도 "정치적 중립의 중요함을 알면서도 범행에 가담해 범죄 첩보를 정당한 정보인 양 이첩시키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도록 공모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르는 것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고 엄정 처리가 요구됐음에도 눈감고 범행에 나아간 책임이 무겁다"고 짚었다.
함께 기소된 울산시청 관계자 등에게는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이 선고됐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전 민정수석)과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진석 전 사회정책비서관 등에게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은 2018년 6월 전국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송 전 시장의 당선을 위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울산지역에서 현직이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당대표)에게 선거 판세가 유리하게 돌아가자, 이를 뒤집기 위해 송 전 시장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다.
송 전 시장은 자신의 선거캠프에 합류했던 송 전 부시장과 함께 경쟁상대였던 김 대표의 비위를 수집하고, 황 의원에게 수사를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황 의원은 송 전 시장뿐만 아니라 백 전 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비위 정보를 전달 받아 수사를 하명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수장이었던 그는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들을 좌천시키는 등 부당한 인사조치를 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받는다.
백 전 비서관은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감찰 권한이 없는 민정비서관실 직무 범위를 벗어나 첩보 자료가 작성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박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해 수사가 이뤄지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 의원은 송 전 시장의 당내 경선 상대 후보에게 다른 공직을 제안해 출마를 포기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송 전 시장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법정에서 채택된 증거를 종합할 때 송 전 시장 등이 황 의원에게 첩보 정보를 제공해 수사를 청탁한 것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황 의원은 관련 정보를 경찰 내부를 통해 접했다고 주장했지만 사건 송치 시점 등을 감안할 때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백 전 비서관 등이 첩보 문건 작성 등을 두고 '통상적 업무'라고 한 주장도 모두 배척됐다. 재판부는 "선출직 지자체장의 비위 정보 수집과 범죄 첩보를 이첩하는 것은 민심 정보 동향에 포함되는 일이라고 볼 수도 없고 민정비서실 업무도 아니다"고 했다.
다만 송 전 시장 등이 상대 후보 측 주요 공약이던 산재모병원 사업 관련 정보를 유출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지연시켰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한 의원이 당시 경선에 앞서 상대 후보 측의 불출마를 위해 공직을 제안하며 회유했다는 혐의 역시 정황상 유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선고 직후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등 주요 피고인은 항소를 예고했다.
송 전 시장은 1심 판단에 대해 "일방적 주장만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며 "항소심을 통해 반드시 진실이 밝혀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황 의원도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 하명수사라는 것은 명백히 존재하지 않는 내용이며, 경찰은 지극히 정상적인 수사를 진행했을 뿐"이라며 "어느 부분이 오판인지 면밀히 분석해 항소심을 통해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의원인 황 의원은 이날 1심 선고가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선출직 공직자의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금고 이상의 형이 최종 확정되면 당선 무효 처리 된다. 다만 대법원 최종 확정 판결까지 걸리는 시일을 감안하면 황 전 의원이 내년 5월까지인 임기를 모두 채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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