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표 얻은 리야드 개최지 확정
부산은 29표 얻어 역전극 무산
한덕수 "외교자산 발전 시킬 것"
재계 "아쉽지만 값진 경험" 자평
부산은 29표 얻어 역전극 무산
한덕수 "외교자산 발전 시킬 것"
재계 "아쉽지만 값진 경험" 자평
■ 29표 대 119표…'오일머니' 벽 높았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투표 결과 사우디 리야드는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며 개최지로 선정됐다. 총 165개국이 던진 표 가운데 사우디는 119표(72%), 한국은 29표(18%), 이탈리아는 17표(10%)를 얻었다.
사우디보다 엑스포 유치전에 뒤늦게 뛰어든 우리나라는 당초 열세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부·민간이 함께 힘을 합쳐 회원국을 일일이 접촉해 설득하며 후반부로 갈수록 박빙 판세까지 추격했다는 자체 판단을 해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선발주자인 사우디의 벽은 높았다.
이날 BIE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총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그동안 지원해주신 성원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2030 부산엑스포를 위해 노력해주신 재계 여러 기업과 힘써주신 모든 정부관계자, 부산시민들, 국회의 만장일치의 지원 등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결과에 대해 저희가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동안 182개국을 다니면서 우리가 얻은 외교적 자산은 계속 더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번 투표 결과는 아쉽지만 부산의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2035년 엑스포 유치에 다시 한번 나서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시민들의 꿈이 무산되어 마음이 무겁다"며 "우리의 땀과 눈물과 노력과 열정을 기억하고 도전하는 한 우리는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韓 외교자산 남겼다
유치 석패에도 한국의 통상외교 지평은 한층 넓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우디에 맞서 내놓은 민관 경제사절단의 '맞춤형 경협 패키지'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도 당장 내년부터 43% 늘어났다.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범부처적 지원도 이어졌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통일벼 품종의 벼 모종을 담은 모판을 들고 인구 60만명의 아프리카 서부 섬나라 카보베르데로 날아가기도 했다. 우리 종자를 아프리카에 전파하는 'K라이스벨트'는 식량위기의 해법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통가, 피지 등 태평양도서국을 대상으로는 한국의 해양수산 국제협력 비전인 '코리아-오션 이코노미 이니셔티브'가 발족했다.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었던 18개 도서국가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파트너로 그 위치를 옮겼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을 지지해준 회원국에 감사를 표하고, 유치 과정에서 약속한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차질없이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치전 과정에서 쌓은 외교 네트워크도 국가 자산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경제계도 유치에 실패한 것은 아쉽지만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준 것에 의미를 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국민들의 단합된 유치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렸다"며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후발주자라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세계를 누비며 총력을 기울였다"며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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