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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현 학봉장학회 이사장 "부자 아니지만 장학사업은 代 잇는 소명" [fn이사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9 19:22

수정 2023.11.30 09:22

재일동포 선친부터 아내까지 동참
중고 경차에 집 작아도 인생 즐겨
한일관계·저출산 등 학술 지원도
장학생 1할에게만 도움돼도 만족
이연현 학봉장학회 이사장 "부자 아니지만 장학사업은 代 잇는 소명" [fn이사람]
재일동포 실업가인 선친과 함께 한국에 설립한 장학재단에 차례로 양친의 유산을 출연했다. 3년 전에는 세상을 먼저 떠난 일본인 아내의 한국 내 재산도 전부 기탁했다. 그의 두 아들도 순순히 아버지의 뜻을 따랐다고 한다. "난 재벌도 아니고, 내 차는 중고 경차다. 일본 가마쿠라의 내 집도 한국 친구들이 사는 집보다 훨씬 작다.
부자는 아니지만, 난 나대로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일동포 2세 이연현 학봉장학회 이사장(65·와코물산 대표·사진) 일가의 얘기다. 한국 사회를 향한 이 이사장 가족의 출연금만 40억원이 넘는다. 재단 사업은 장학 사업과 학술지원 크게 두 가지다. 국내 저소득 및 다문화 가정의 유치원생부터 초중고생, 비인가 대안학교 학생, 고령의 장애인 만학도, 외국인 대학원생 등 총 2839명이 장학금을 받았다. 내년엔 3000번째 수혜자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선친의 호를 딴 학술상인 '학봉상'이 올해로 제8회를 맞았다. 서울대 일본연구소 등에도 꾸준히 지원금이 집행됐다. 이 이사장은 일본에서는 개인적으로 조현병 환우 단체 등에 자원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29일 만난 이 이사장은 "먹고 쓸 것 이외의 것은 환원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가능한 한 필요한 곳에 쓰고 싶다"고 말했다. "장학 사업은 사람에 대한 투자이고 학술지원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나 나름의 노력"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15년 "장학 사업을 일생의 업으로 여겼던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고 싶다"면서 모교인 서울대 법대와 함께 논문 공모상인 학봉상을 제정했다. 첫 해 한일 관계를 시작으로 그간 저출산, 대북정책, 신뢰사회 구축, 교육과 불평등, 인공지능 등에 대한 연구물들이 모였으며 올해는'한국사회와 인구' 주제로 논문을 접수했다. 모두 난제들이다. "해결은 못 하더라도, 어떻게든 우리 사회가 직면하는 문제에 대해 실마리라도 제공할 수 없을까 하는 취지에서 매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1년부터는 한일 관계에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언론상도 추가했다. 학봉상 대상은 상금 5000만원이다. 사회분야를 다루는 상 치고는 상금이 제법 많다. 앞으로는 한일 양국의 사회문제를 공동으로 모색하는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공로로 올해 서울대 법대 동창회는 그를 '창의적인 서울법대인'으로 선정했다. "당시 몸이 아파서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다. 제 개인적으로는 가장 원통한 순간이었다"며 웃었다.

이 이사장은 도쿄에서 태어나 고교 졸업 때까지 일본에서 자란 재일동포 2세다. 대학 졸업 후 ㈜대우에서 상사맨으로 근무하다가 선친 이기학 선생(2012년 작고)이 경영하던 와코물산을 물려받았다.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다.

그런데도 장학 사업을 삶의 중심에 두기 시작한 것은 선친의 뜻이 워낙 강해서였다.
장학 사업의 보람을 물었다. 그는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아이들이 있다.
지금까지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 가운데 1~2할만이라도 그 돈이 꼭 필요했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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