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흑연에 속하는 고순도·고강도·고밀도 통제 대상에 포함
- 中 천연흑연 생산량 세계에서 65%, 인조흑연은 70%
- "특정국가 겨냥 아니다"지만, 미중 갈등 고조된 2020년 12월 수출통제법 시행
- 中 천연흑연 생산량 세계에서 65%, 인조흑연은 70%
- "특정국가 겨냥 아니다"지만, 미중 갈등 고조된 2020년 12월 수출통제법 시행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이 ‘국가 안보와 세계 평화를 지키겠다’며 내일부터 전략물자인 흑연에 대한 수출을 정식으로 통제한다. 이로써 전체 흑연 수입량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에 미칠 파장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흑연은 배터리 음극재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원료다.
30일 중국 상무부와 외신 등을 종합하면 12월 1일부터 시행되는 조치는 ▲고순도(99.9% 초과)·고강도(인장강도 30Mpa 초과)·고밀도(1.73g/cm3 초과) 인조흑연 재료와 그 제품 ▲천연인상흑연 및 그 제품(구상화 흑연, 팽창흑연) 등 일부 흑연 품목을 새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이 골자다.
이들 품목은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고 행정부인 국무원 승인을 거쳐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만 수출이 가능하다.
업그레이드된 수출통제법은 2006년 시행됐던 기존 '흑연류 관련 품목에 대한 임시수출통제조치 시행결정'보다 절차도 까다롭다. 그동안은 세관이 상무부와 성급 부관부서에서 발급한 ‘이중용도 품목(군수품·핵 등 국가안전 유지와 관련된 물품·기술·서비스) 및 기술수출입 허가증’에 따라 검사·반출하면 됐지만 이제는 수출품목에 대한 기술설명서, 최종사용자와 최종용도 증명서, 수입업자·최종사용자 소개서 등을 모두 제출한 뒤 승인과 허가를 받아야 한다.
평균 45일의 기간이 소요되며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돼 국무원에 보고될 경우 지정된 소요 기간은 없다.
관련 법률 및 규정에 의거해 행정 처벌을 부과하고 범죄가 성립되면 형사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의 과거에는 없던’ 처벌 규정도 마련됐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통제 대상에 특수 흑연에 속하는 고순도·고강도·고밀도 흑연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를 품목은 주로 반도체, 배터리, 원자력, 신에너지, 에너지 저장, 항공·우주. 바이오·의약, 정보통신(IT) 전자, 신소재, 첨단 장비 등에 활용되기 때문에 전략적 신흥 산업에서 대체 불가능한 소재로 취급된다.
미국지질연구소(USGS)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천연흑연 매장량은 3억3000만t으로 추정된다. 투르키예(옛 터키) 27.3%, 브라질 22.4%, 중국 15.8% 등이다.
반면 천연흑연 생산량 측면에선 중국이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켜왔다. 2022년에도 세계 천연흑연 공급량의 65%가 중국에서 생산됐다.
그러나 중국은 천연흑연 수출량을 줄이고 수입량은 늘리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통계에는 2022년 천연흑연 수입량은 186% 증가한 반면 수출량은 5.3% 감소했다고 나와 있다.
같은 기간 세계 인조흑연 생산량의 70%는 중국산이다. 석유나 아스팔트 코크스를 원료로 만드는 인조흑연은 수명이 길고 성능도 우수해 리튬이온배터리 음극재 재료에서 천연흑연보다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중국의 비중이 큰 만큼 주변국들의 의존도도 높다. 올해 1∼9월 기준 한국의 흑연 제품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천연 흑연이 97.7%, 인조 흑연이 94.3%에 달한다. 미국은 2021년 지질조사처의 핵심광물보고서에서 국내 흑연 소비량의 약 3분의 1을 중국에 기댄다고 밝혔다.
중국은 기존의 ‘임시’(기한 2년) 수출통제 관리를 정식 통제로 전환했고,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일부에서 제기되는 전략 무기화 우려에 반박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수출통제법을 시행했던 2020년 12월 1일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양국 갈등의 심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수출통제법 이후 핵, 군수품, 생물, 화학품, 갈륨·게르마늄 등 전략물자와 과학기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왔다.
아울러 중국 기업이나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의 특정 제품이 ‘수출 통제 품목’으로 지정되면 이를 수입하는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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