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겨울철 안전 운행을 위한 세 가지 조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30 18:28

수정 2023.11.30 18:28

[특별기고] 겨울철 안전 운행을 위한 세 가지 조건
인간은 빠른 속도를 갈망한다. 하계올림픽에는 육상 100m, 동계올림픽은 스피드스케이팅 500m가 가장 큰 관심을 받는다. 인류의 조상 때부터 사냥과 생존을 위해 빨리 달리는 것은 매우 중요했고, 경주나 전투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능력은 우수한 성과를 내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 본능적으로 빨리 달리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의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 운행속도를 운전자가 생각하는 만큼 내지 않으면 욕구좌절을 느낀다고 한다. 운전자의 희망속도와 실제 주행속도의 차이 조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평균 희망 주행속도는 시속 약 98㎞였으며, 실제는 78㎞에 그쳤다. 기대치보다 20㎞가 모자란 탓에 발생한 욕구좌절로 운전 스트레스가 늘어났다는 결론이다.


빨리 달리고 싶은 인간의 마음과 속도에 대한 욕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인간은 주변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며 발전해 왔고 개인의 욕구에 치중하다 보면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운전자는 때와 장소에 맞게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겨울철 안전 운행조건 첫 번째는 운전자의 속도 욕구와 감속 스트레스를 안전 욕구로 전환하는 것이다. 물론 운전자 의식을 바꾸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이용하는 도로는 개인의 욕구와 본능을 표출하고 발휘하는 곳이 아니다. 지켜야 할 교통법규가 있고, 제한속도까지 합의해서 정해놓았다. 본능에 따르기보다 정해진 규정과 속도를 지킴으로써 모두의 안전에 기여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운전자의 속도 욕구를 다스리는 것은 겨울철에 특히 중요하다. 교량 위나 터널 출입부, 응달지역 등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도로 살얼음은 길 위의 시한폭탄으로 불릴 정도로 위험한 구간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가 얼음에 미끄러지면 제아무리 뛰어난 운전기술을 가진 이라도 손쓸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두 번째 조건은 도로와 기상 조건에 따른 감속규정을 반드시 지키는 일이다. 노면이 미끄러운 때에 대비한 자동차 감속규정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9조에 있다. 비·안개·눈 등으로 인한 거친 날씨에는 최고속도보다 20% 또는 50% 만큼 속도를 줄여야 한다. 눈이 20㎜ 미만 쌓인 경우 20% 줄여야 하고, 노면이 얼어붙은 경우 50% 감속해야 한다.

눈길, 빙판길에 속도를 줄이는 것을 스트레스로 여길 일이 아니다. 연쇄 추돌사고가 나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위험성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오히려 서행은 나와 공공의 안전에 기여하는 지름길이다.

세 번째는 도로 관리기관의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제설작업 수행이다. 각 도로 관리기관은 제설작업과 도로결빙에 대비한 순찰과 기상정보 분석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상황에 맞게 제설제를 뿌려 노면이 미끄럽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제설제를 살포하는 시점은 매우 중요하다. 눈이 일정량 이상 쌓이면 제설 효과가 떨어지므로 내리기 시작할 때나 강설 1~3시간 전 예비살포가 의미있다.
또한 제설제 살포 후 3시간 이후에도 노면이 젖어있거나 대기 온도가 4도 이하라면 녹은 눈이 다시 얼지 않도록 거듭 살포해야 한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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