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한국 초기 힙합신의 전설적인 그룹 업타운이 13년 만에 재정비해 돌아온다. 1997년 '다시 만나 줘'로 데뷔와 동시에 음악방송 1위에 오르며 큰 성공을 거둔 업타운은 '내 안의 그대' '올라올라' '마이 스타일' 등 다수의 히트곡을 만들었다.
새롭게 돌아오는 업타운은 원년 멤버 정연준을 주축으로, 그룹 스피카 출신 김보형(활동명 루비)과 베이빌론이 합류했다. 루비는 윤미래, 제시를 잇는 업타운의 3대 여성 보컬로 활약할 예정이며, 베이빌론은 객원 멤버로서 트렌디한 알앤비(R&B) 색을 더한다.
특히 정연준은 업타운 25주년이던 2021년부터 본격적인 앨범 작업을 시작해 '25주년 기념'이라는 명칭으로 이번 25주년 베스트 앨범 '백 투 아날로그'(Back II Analog)를 내게 됐다.
1일 낮 12시 발매될 이번 앨범에는 그동안 정연준이 작곡한 히트곡 중 완성도 높은 곡들을 위주로 직접 선정한 앨범이다. 리메이크 또는 리마스터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고, 80년대 소울펑크 콘셉트의 타이틀곡인 '백 투 아날로그'를 새로 추가해 앨범을 완성했다.
최근 정연준, 루비, 베이빌론은 앨범 발매를 앞두고 뉴스1과 만나 돌아오는 업타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0년 '업타운 7' 이후 13년 만에 돌아오는 소감은 어떤가.
▶(정연준) 뿌듯하기도 한데 떨린다. 개인적으로는 업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곡을 발표하는 건 2006년 제시와 한 '마이 스타일' 이후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13년 전 발표한 앨범 '업타운 7'은 곡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나오는 만큼 어떤 평가를 받을지 떨린다. 특히 이 나이에, 물론 활동을 전면에서 하는 건 아니지만 이 친구들(루비, 베이빌론)과 하는 게 뿌듯하다.
-루비와 베이빌론은 업타운에 새롭게 합류한 소감을 말해달라.
▶(루비) 어렸을 때부터 업타운을 엄청 좋아하고 음악적 영향을 받았는데 멤버가 되어서 영광이다. 그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베이빌론) 알앤비 음악을 만들면서 업타운의 노래에 영감을 많이 받았고, 레퍼런스로 삼을 정도로 정말 애정하면서 음악을 해왔다. 나의 레퍼런스와 아이덴티티가 업타운이었다. 그런데 작년에 '이고 90'S'(EGO 90'S) 앨범을 만들면서 정연준 선배님께 부탁을 했고, 곡 작업으로 인연이 깊어졌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오리지널 업타운에 객원보컬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영광이고 뿌듯하다. 특히나 해외에서는 선배님들을 재조명하고 샤라웃(Shout Out, 존경하는 이를 언급하는 것)을 많이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나라 정서는 그렇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 오리지널리티 음악을 하면서 정연준 선배님에 대해 샤라웃을 많이 하고 싶다. 클래식이 있기 때문에 트렌드가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런 생각을 잘 녹여서 전달하고 싶다.
-루비와 베이빌론을 선택한 이유는.
▶(정연준) 노래를 먼저 만들었는데 어떤 보컬이 이 노래를 부르는 게 좋을까 고민을 참 많이 했다. (전에 같이 작업한) 베이빌론은 목소리가 좋다. 여러 범위를 갖고 있는데 골고루 소리가 좋더라. 얘는 이런 음악을 해도 아주 잘하겠구나 싶었고,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이 알앤비이다 보니까 펑크 소울을 해도 잘하겠다 싶어서 남자 메인보컬을 하게 됐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부분은 여자 멤버다. 1대 타샤(윤미래), 2대 제시와 같이 업타운에는 홍일점이 있었는데 그들이 워낙 잘 됐고 조명을 많이 받았다. 이번 3대에서는 원석을 찾았다고 본다. 루비가 걸그룹 활동을 오래 했지만 그 안에서 노래를 잘한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또 업타운이 노래만 잘한다고 여자 보컬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캐릭터, 애티튜드, 목소리에 노래 부르는 스타일도 맞아야 하고 랩도 해야 하니 업타운 여자 멤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계속 추리면서 루비가 됐다. 루비가 성실하게 열심히 하고, 느는 속도도 빠르다. 아주 잘하고 있다.
-이번 베스트 앨범에 업타운이 발매한 히트곡 중 12곡 만을 담은 기준이 있었나.
▶(정연준) 지극히 개인적인 완성도 위주로 했다. 만들었던 곡들 다 신경 써서 만들었지만, 결과물은 내가 다 한 게 아니었다. 여러 가지들이 잘 어우러져서 좋은 결과물이 나온 건데, 그 중에서 내가 느끼기에 결과물이 좋았던 12곡을 넣은 거다. 사실 더 넣고 싶었는데 LP에는 더 못 들어간다더라. 그렇게 추렸다.
-몇 년 전 인터뷰에서 업타운으로서 컴백을 어려울 거라 말했는데 이번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정연준) 지금은 준비가 잘 됐다고 생각했고, 마음에 드는 노래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나오게 된 거다. 원래는 가수에 욕심이 없다. 음악 만드는 것만 재밌어하고 좋아하지, 노래도 잘 못할 뿐만 아니라 가수를 잘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거에 희열을 느끼는데, 업타운이 다시 만들어지면 프로듀서로만 있고 잘하는 친구들이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현실화되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게 말했다.
-이번 업타운 활동을 재개하며 이전 활동을 찾아본 적이 있나.
▶(정연준) 난 내가 한 것들을 안 본다. 근데 베이빌론이 내 앞에서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나가서 '난 행복해' 부른 걸 틀어주더라.(웃음) 사실 그때 처음 보게 됐다. 방송 나가고 난 뒤에는 창피해서 안 본다. 사실 내가 무대에서 뽐내는 걸 잘 못하다 보니 볼 게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빠지고 싶었다. 하하.
▶(베이빌론) 이소라 선배님 앞에서 선배님의 노래를 부르는 게 대단하지 않나. 하하. 레전드가 만나서 감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너무 자극이 됐다. 그래서 존경하는 마음에 정연준 선배님께 보여드렸는데 선배님 입장에서는 부끄럽고 쑥스러울 수 있겠어서 다음부터는 안 보여드렸다. 하하.
-이번 활동을 통해 업타운의 과거 영광을 되살리고픈 마음도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연준) 업타운은 '정연준'이 아니고 내가 만든 음악들이다. 가수들은 계속 바뀌었고, 멤버들은 노래에 따라 들어올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거다. 그래도 내가 곡을 다 만들었고, 고급스러운 힙합 알앤비, 흑인 음악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음악성은 유지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옛날 업타운의 영광을 얻고 싶냐는 것에 대해선, 당연히 그거보다 더 완성도 있는 곡들이 만들어졌으니 인기를 끌었으면 좋겠지만 어떠한 한 멤버에 국한된 이미지를 갖기보다는 전에는 업타운이 저런 음악을 냈고, 이번에는 이런 음악 내는구나 하고 받아주면 좋겠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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