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배수로, 도로에 포함 안 돼…사고 원인도 건조물·공작물에 의한 것 아냐"
[파이낸셜뉴스] 회사 회식을 마치고 귀가 도중 도로 옆 배수로에 추락해 사망한 유족이 교통재해라며 보험금 소송을 냈지만 결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4단독 최정윤 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국가 기관인 우정사업본부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소송으로, 피고에는 국가가 이름을 올렸다.
법원, 도로 2m옆 배수로는 도로 아냐
A씨의 배우자 B씨는 지난 2021년 2월 회사 동료들과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도로를 따라 걷다가 도로 옆 배수로에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머리 부위가 다친 B씨는 사흘 뒤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유족들은 회식후 귀가하다 도로 옆 배수로로 추락해 사망한 만큼 교통재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소송의 쟁점은 사고 장소와 시점을 어떻게 보느냐였다. B씨가 가입한 보험은 상황에 따라 지급하는 보험금을 다르게 책정했는데, 교통재해로 사망한 경우 휴일 1억원·평일 5000만원, 일반재해로 사망한 경우 휴일 5000만원·평일 2500만원을 지급했다.
A씨는 배수로가 도로에 포함되는 만큼 교통재해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로는 터널, 교량, 도선시설 등 도로와 일체돼 그 효용을 보완하는 시설 또는 공작물을 포함한다'는 보험 약관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배수로가 도로에서 약 2m 떨어진 곳에 설치돼 있었고, 일반 교통에 사용되는 '도로'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며 "도로와 일체가 돼 그 효용을 보완하는 시설 또는 공작물에 해당한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가 실족해 사고를 당한 원인이 건조물이나 공작물 등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도 없다"며 "이 사고는 교통재해가 아닌 일반재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배수로가 도로에서 어느정도 이격거리가 있는 만큼 도로와 한 몸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유족 휴일 재해사고 요청도 불수용
B씨가 휴일에 사망한 채로 발견됐으므로 휴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유족들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망 시점이 아닌 재해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지급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보험제도의 취지에 맞다"며 "휴일 재해 사고에 평일 재해 사고보다 보험금을 더 지급하는 이유는 휴일에 재해발생 위험성이 평일에 비해 높다는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의관은 망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배수로에 떨어지면서 머리 부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망인에 대한 재해로서의 우발적 외래적 사고는 배수로로 추락할 무렵 발생했다고 봐야 할 것이고, 결국 평일에 발생한 재해로 사망한 것"이라고 봤다.
재해 발생 시점이 평일인 만큼, 아무리 사망 발견시점이 휴일이라고 하더라도 보험제도 취지상 사고 시점을 기준으로 보험금 지급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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