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빌라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에 시장침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유지 등이 겹치면서 사면초가 상태에 놓이고 있다. 빌라 역전세난이 내년에 피크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보증보험 강화로 인해 임대인 뿐 아니라 임차인들의 피해도 하나 둘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일 주택임대사업자 등이 포함된 전국비아파트총연맹은 정부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 가입한도 축소 조치가 가격 통제이자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국민청원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HUG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5월 1일부터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의 126%로 제한했다. 종전에는 공시가의 150%까지 가능했지만 임차인 전세보증금 보호 등을 위해 126%로 낮춘 것이다. 현재 빌라 전세시장에서는 전세보증 기준인 ‘공시가 × 126%’가 시장가격으로 굳어진 상태다.
내년이 더 큰 문제다. 정부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올해와 같은 69.0%로 동결된다.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2020년 수준으로 적용되는 셈이다.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유형별로 보면 공동주택이 69.0%, 단독주택이 53.6%, 토지가 65.5%가 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동결되면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지만 빌라 집주인 입장에서는 한숨이 커지고 있다. 현재 추이를 고려하면 내년 빌라 공시가격은 아파트와 달리 하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10월 전국 및 서울 빌라 매매가는 2.14% 하락했다. 시세 하락을 고려할 때 빌라의 2024년 공시가는 올해보다 하락폭이 제법 클 전망이다.
화곡동 K 공인 관계자는 “결국 내년 공시가격이 하락하면 ‘126%룰’에 맞춰 보증금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천만원을 돌려줘야 되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아파트의 경우 역전세난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빌라는 오히려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빌라 역전세난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 강화로 인해 임차인들의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희창 전국비아파트총연맹 공동회장 겸 전국주택임대인연합회 총무는 "126%룰이 적용되면서 오히려 보증금 사고가 더 커지고 있다. 임차인들의 피해 사례도 나오고 있다"며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임대인 만의 문제가 아니라 임차인들도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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