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스라엘에 대용량 벙커버스터 폭탄들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가자지구의 하마스 은신 시설들을 파괴하도록 하는 용도이지만 대규모 인명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이하 현지시간)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무기를 지원하면서 2000파운드(약 907kg) 벙커버스터도 함께 보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직후 미국은 폭탄 약 1만5000발, 포탄 5만7000발을 지원했다.
그러나 그동안은 구체적인 무기 지원 내용을 공개한 적도 없고, 2000파운드 벙커버스터인 100BLU-109 지원 사실도 언급하지 않아왔다.
벙커버스터는 말 그대로 벙커를 박살내는 폭탄이지만 엄청난 파괴력으로 주변이 쑥밭이 된다. 무고한 인근 주민 희생이 불가피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하마스 기습침공 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C-17 수송기들을 동원해 수억달러어치의 무기들을 공수했다.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이 가자지구 시민들을 위협하는 가운데 미국이 겉으로는 민간인 피해를 줄여야 한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지만 뒤로는 대규모 무기 지원으로 이스라엘의 공습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뜻이다.
일부 안보 분석가들은 대규모 무기 지원은 민간인 목숨을 보호하라고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미국의 태도와 모순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영리 '국제위기그룹(ICG)' 선임 고문 브라이언 피누케인은 "이는 앤터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비롯해 미 고위 관계자들이 이스라엘에 살상반경이 작은 폭탄들을 사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와 양립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은 가자지구의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살상 범위가 작은 폭탄으로 정밀 폭격을 하라고 이스라엘을 압박해왔다. 그러나 벙커버스터 같은 피해 범위가 광범위한 폭탄을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이스라엘에 지금처럼 무차별 폭격을 지속하라고 권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했다. 휴전을 1주일 연장하는 협상이 깨지자 곧바로 공격을 재개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지난달 24일 시작된 휴전이 끝나는 즉시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밝혀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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