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괴짜 사업가'인 버진그룹 리처든 브랜슨 회장이 자신의 우주여행 업체 버진갤럭틱에 더 이상 투자하지 못한다고 선언했다.
'돈 먹는 하마' 버진갤럭틱에 투자할 돈이 이제 없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일(이하 현지시간) 브랜슨은 자신의 버진그룹은 손실을 지속하는 버진갤럭틱에 더 투자할 만큼 "주머니가 두둑하지 않다"고 밝혔다.
버진갤럭틱은 브랜슨이 2004년 설립한 업체로 그동안 손실이 누적된 가운데 지난달 감원과 상업운항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버진갤럭틱은 내년부터 1년 반 동안 상업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버진갤럭틱은 고도 100km로 정의되는 우주 대기권 근처까지 관광객들을 실어나를 수 있는 대형 우주선 개발을 위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감원과 운항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버진갤럭틱은 이 대형 우주선인 델타가 서비스를 시작할 2026년까지 회사를 운용할 자금은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버진갤럭틱이 2025년에는 투자자들에게 다시 손을 벌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랜슨은 그러나 이날 FT와 인터뷰에서 필요할 경우 추가 자금지원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코로나19 이후 그룹 자금 사정이 이전처럼 넉넉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버진갤럭틱에 현금이 10억달러 가까이 된다면서 이 돈이면 스스로 생존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브랜슨의 버진그룹은 버진애틀랜틱을 비롯해 주로 항공, 여행사들로 이뤄져 있다. 팬데믹 당시 봉쇄 속에 여행이 급감하면서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버진갤럭틱은 그동안 고작 6차례 관광객들에게 '우주여행'을 보내줬다. 여섯번째 우주여행은 반년 만에 이뤄졌다.
버진갤럭틱의 유나이티 탑승권은 한 장에 45만달러(약 5억8400만원)에 이른다.
버진그룹이 버진갤럭틱 지분을 2020년과 2021년 10억달러어치 이상 매각했지만 여전히 버진그룹이 최대 주주다. 버진그룹은 당시 버진갤럭틱 지분을 7.7%로 줄였고,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팬데믹 기간 위기에 빠진 레저, 여행 사업부문을 부양했다.
버진갤럭틱이 상업운항 중단 등 대규모 비용절감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브랜슨 회장의 우주선 발사 업체 버진오빗의 뒤를 따르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버진그룹의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추가 자본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버진갤럭틱 파산을 막으려면 버진오빗과 달리 무모한 베팅을 멈춰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버진오빗은 지난 4월 4일 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750명 직원 가운데 약 85%를 감원한 뒤 결국 파산했다.
브랜슨이 지분 75%를 갖고 있던 버진오빈은 우주선 발사가 지연된 끝에 다섯번째 우주선 발사가 실패하자 곧바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버진오빗이 무모하게 베팅에 나서 로켓발사를 거듭 시도하다 결국 돈을 모두 탕진한 뒤 파산한 터라 버진갤럭틱은 현금을 아껴쓰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버진갤럭틱은 당시 시가총액이 23억달러에 이르렀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1일 마감가 기준 시총은 9억35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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