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니카라과, 반정부 시위 참여 이력에 분노
오르테가 정권 "반정부 성향 미녀 우승하도록 조작"
오르테가 정권 "반정부 성향 미녀 우승하도록 조작"
[파이낸셜뉴스] 중남미 소국 니카라과 정부가 국제 미인대회 ‘미스 유니버스’ 감독 등을 반역 혐의로 고소했다. 정권 전복을 위해 반(反)정부 성향의 여성을 의도적으로 우승시켰다는 주장에서다.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니카라과 경찰은 지난 1일 밤 미인대회 감독인 카렌 셀레베르티를 반역·조직범죄·증오선동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어 성명을 통해 “셀레베르티와 그녀의 가족은 정부 전복을 위해 결백한 미인대회를 정치적 함정으로 바꿔 사용했다”고 했다. 경찰은 셀레베르티를 입국 금지 조치하고 그의 남편과 아들을 구금했다.
이번 소동은 지난달 18일 개최된 제72회 미스유니버스 대회에서 미스 니카라과인 셰이니스 팔라시오스(23)가 우승을 차지하며 시작됐다. 니카라과 여성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건 사상 최초다.
이에 니카라과 각지에선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경적을 울리고 국가를 부르는 등 첫 미인대회 우승을 기뻐했다.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정부 성명을 내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팔라시오스가 201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순식간에 팔라시오스는 독재 체제를 유지 중인 오르테가 정권에 대항하는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러자 정부는 팔라시오스는 물론 그의 우승을 축하하는 야권 인사마저 ‘테러리스트’ ‘악의 세력’으로 규정해 비난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의 아내이자 부통령인 로사리오 무리요는 “미스유니버스를 축하한다는 구실로 파괴적인 도발을 계획하는 쿠데타 음모론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 같은 오르테가 정권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긴장한 오르테가 정부가 축하 행사를 단속하기 시작했다”고 전했고, AP통신은 “미스유니버스 감독에게 적용된 혐의는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니카라과는 중남미의 북한”이라고 했다. 현재 팔라시오스는 우승 후 니카라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머물고 있다.
한편 오르테가 대통령은 좌파 게릴라 출신으로 앞서 43년간 독재 통치를 벌인 소모사 정권을 물리치고 1984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일부 무리한 정책으로 1990년 정권을 한 차례 우파에 넘겨줬다가 2006년 다시 대통령이 된 그는, 헌법상 대통령 연임 제한 조항을 없애며 지금까지 계속 집권 중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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