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이어 도로표지판서 '삭제'
학교교육·평가 등 곳곳 배제 신호
"중미회담 합의 결렬 영향" 분석
학교교육·평가 등 곳곳 배제 신호
"중미회담 합의 결렬 영향" 분석
4일 대만 자유시보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을 인용, 베이징시 당국이 중영 도로표지를 전부 중국어로 바꾸고 있으며 '베이징이 첫 발을 쐈다'는 내용의 토론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와 틱톡(중국명 더우인), 소후, 왕이 등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관련 검색을 하면 '베이징시 교통부가 도로 안전과 교통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중국어와 영어 도로 표지판을 모두 중국어로 교체하겠다는 발표를 했다'는 블로그의 글이 다수 확인된다.
베이징시 교통부 홈페이지를 찾아봐도 영문 없이 중국어만 적힌 교통 표지판들이 안내되고 있다.
다만 비슷한 글들이 이미 올해 중순부터 소셜미디어에 노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베이징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교통부 홈페이지에서 관련 공지는 찾기 어렵다.
영어를 멀리하려는 중국 당국의 분위기가 감지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시안교통대학은 더 이상 영어시험 성적을 학부생 졸업 및 학사 학위 수여 조건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올해 9월 공지했다.
중국 매체 지무뉴스는 "이 소식은 사실이며,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다른 학교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제 도시 상하이 교육 당국은 2021년에 학생들의 수업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명분으로 초등학교 영어 기말고사를 금지했다.
일부 지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들은 학교와 대학 입시 핵심 과목으로 영어 폐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 CNN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 지하철 안내 표지판 영어 문구를 중국어 병음으로 교체했다고 전했다.
병음은 중국어 한자음을 로마자로 표기한 발음 부호로 중국어를 읽을 때 나는 소리를 알파벳으로 적은 것이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2020년 초·중학교에서 외국 교과서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중국 밖에 있는 외국인 교사들이 온라인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금지됐으며 국제 커리큘럼이 있는 학교들에 대한 감시는 강화됐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자유시보는 주장했다. 이 매체는 네티즌들의 말을 빌려 "얼마 전 시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만났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계속해서 좌회전을 하고 있다"면서 "베이징 지하철역의 영어 이름을 중국어 병음으로 바꾼 것도, 도로 표지판을 교체한 것도 서구와 단절하겠다는 큰 신호"라고 밝혔다.
j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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