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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운용사 '틈새 ETF'로 시장 확대 나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04 18:20

수정 2023.12.04 18:20

주주가치·양극재 등 신테마 발굴
아직은 전체 ETF 시장의 1.34%
중소형 운용사 '틈새 ETF'로 시장 확대 나선다
공모펀드 확장에 치중했던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일반 공모펀드 시장의 자금이 ETF로 넘어가는 상황이라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상품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해서라도 참전할 수밖에 없기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ETF를 10개 미만으로 굴리는 16개 운용사 가운데 올해 상품을 선보인 곳은 9개로 나타났다. 상품 수로는 18개다.
지난해(17개), 2021년(12개)과 비교하면 각각 1개, 6개가 많다.

이달에 출시가 예정된 ETF까지 합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IBK자산운용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오는 23일 처음으로 각각 '코스피200' 추종과 '주주가치' 테마 상품을 코스피시장에 올릴 예정이다.

다만 이들 중소형사는 기존 주류 테마에 차별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있다. 중대형사들과 같은 지수를 추종하거나 유사한 산업·테마를 택할 경우 상품 출시에 그치거나 유지 비용만 부담한 채 소규모 펀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탓에 출시 때마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

가령 현대자산운용은 지난해 11월 '생성형AI강소기업'을 내놓으며 기존에 있던 'HANARO 글로벌생성형AI'와 차이를 뒀다. BNK자산운용도 올해 10월 2차전지에 '양극재'를 씌운 테마로 상품을 선보였다.

새로운 테마로 돌파구를 찾기도 한다. 현대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를 국내 처음으로 상장했다. 에셋플러스운용의 '글로벌영에이지' '글로벌대장장이' 같이 눈에 띄는 명칭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삼성액티브운용은 바이오와 헬스케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합치는 방식으로 두 차례 연속 최초 명패를 획득하기도 했다.

연초 이후 금리인하의 기대감을 한껏 받은 채권형도 다수였다. 실제 올해 상품 10개 미만의 중소형사들에서 나온 18개 가운데 6개가 이에 해당한다. ETF는 편입주식의 비중이 40% 미만일 땐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투자할 수 있다. 3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을 놓칠 수 없는 만큼 상품을 하나라도 깔아 놓을 수밖에 없다.


다만 삼성·미래에셋운용 양강 구도가 공고하고, 3위 이하 중형사들 경쟁이 치열한 탓에 소형사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거의 없어 보인다. 11월 말 기준으로 이들의 총 순자산총액은 1조6424억원으로, 전체 ETF 시장(121조4286억원) 1.34%에 불과하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ETF 시장이 일반 공모펀드 시장을 앞지르면서 그동안 무심했던 곳들도 상품을 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대형사들의 입지가 워낙 탄탄해 중소형사들이 안전한 시장 대표지수 상품을 내기도, 그렇다고 도전적인 테마에 도전하기도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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