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본에서 함께 유학 생활을 한 동창을 5년간 ‘가스라이팅’(정신 지배) 하면서 1억원 넘게 뜯어내고 폭행까지 한 2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강선주)는 강요·공갈·중상해 등 혐의로 A씨(24)를 구속기소 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8년부터 일본 유학 생활을 함께한 고교 동창 B씨(24)를 정신적·육체적·금전적으로 지배해 약 5년 동안 1억6000만원을 빼앗고, 폭력을 행사해 뇌출혈까지 입힌 혐의를 받는다.
서울 강서구 한 고등학교 동창 사이인 A씨와 B씨는 일본 오사카 소재 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두 사람은 일본에서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친해졌다.
A씨는 B씨가 타국에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이용해 자신 외에 모든 대인관계를 차단하고 사실상 ‘노예’처럼 대하며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A씨는 B씨가 외부인과 접촉하지 못하게 차단하고 수면, 식사, 목욕 규칙 등을 일방적으로 정해 B씨에게 “밥 먹었습니다” “세수했습니다” 등의 보고를 받았다.
A씨는 B씨가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누적 시 체벌을 가했다.
A씨는 B씨에게 ‘규제 위반 시 10만원부터 100만원 이상의 벌금이 청구된다’ 등이 포함된 ‘계약서’ ‘생활 규칙’ 등의 문서 20여개를 쓰도록 했다.
또한 A씨는 B씨가 게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B씨를 게임회사에 취직시켜 준 것처럼 속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B씨 때문에 회사에 손해가 발생해 손실금을 메워야 한다며 금전을 요구했다.
“돈을 갚지 않으면 부모님이나 여동생이 대신 갚아야 한다”는 협박까지 받은 B씨는 결국 생활비의 80%를 A씨에게 송금했다. B씨는 부족한 금액을 채우기 위해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A씨에게 총 1억6000만원을 보냈다.
A씨는 B씨가 게임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B씨를 폭행해 뇌내출혈과 경막하출혈 등 상해를 가하기도 했다. 당시 A씨는 출동한 일본 119구급대원에게 B씨가 혼자 넘어져 다쳤다고 진술하고, 자신이 B씨인 것처럼 행세하며 그의 가족에게 SNS 메시지를 전송했다.
검찰은 지난달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뒤 전문가 자문과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 등을 통해 A씨가 B씨를 세뇌하고 심리적으로 지배한 과정을 입증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빼앗겼던 일상을 회복하도록 돕기 위해 피해자 지원 조치를 하는 동시에 피고인에 대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