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시장 거리에서 가방을 뒤로 메거나 휴대폰을 손에 들고 지갑을 뒷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누가 훔쳐 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해외에서 한국에서는 집앞에 놓여 있는 택배, 카페의 빈 테이블에 놓인 휴대폰·노트북·가방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놀라워하는 방송을 내보내기도 한다.
해외여행 시 가방을 앞으로 메라며 노골적으로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거의 매일 유튜브에 유럽 소매치기에 대한 소식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쯤 되니 한국이 완전무결하게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안전하다는 데 누구나 동의한다.
안전한 것이 CCTV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실 CCTV는 범죄자를 찾는 데 목적이 있지 예방의 목적은 크지 않다. 어스웹(earthweb.com)의 2023년 국가별 CCTV 설치순위를 보면 중국 2억대, 미국 5000만대, 영국 500만대인 데 비해 한국은 103만대로 7위이며 인구 100명당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된 나라는 미국 100명당 15.28대이고, 한국은 100명당 1.99대로 9위에 해당한다. 이런 통계만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CCTV 설치가 많아서 안전하다는 원인 분석은 마땅하지 않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공교육에서 어릴 때부터 도덕이나 윤리를 과목으로 정해 배우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많다. 어려서부터 도덕과 윤리 과목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 상황이나 환경에 올바르고 적절한 태도를 취하도록 교육받는다. 공교육의 결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양심적이다. 모두들 양심적이라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이 실제 또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혼자 있어도 바르게 행동하려고 스스로를 고무한다. 안전이란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는 상태로, 사람들의 성품과 행실이 맑아서 양심적이고 탐욕이 없어 청렴하면 가능하다.
그런데 2022년 세계 각국의 국가청렴도를 평가하는 조사에서 한국은 63점으로 180개국 중 31위를 차지해서 국가청렴도 1위인 덴마크(90점)와는 점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이런 조사 결과는 한국 사람들이 청렴해서 안전하다는 생각이 오류인지 의아하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임승차 시 30배의 부가운임을 징수한다. 타인의 물건을 가져가는 경우 최대 300만원 벌금을 내야 한다. 불법적인 작은 이득보다 그에 대한 처벌이 강력하다. 잠깐 나쁜 마음을 먹었다가도 처벌을 생각하면 금세 마음을 바꾸게 된다. 그런데 개인에게 적용되는 이러한 처벌이 큰 경제사범이나 재벌과 관련될 경우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 듯하다. 횡령한 금액의 30배는커녕 원금을 돌려받았다는 뉴스를 접하기 힘들고, 소위 돈이나 권력을 가진 경우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도 일반인보다 월등히 많다. 이러니 법이 좀도둑에게는 엄격하고 큰 도둑들에게는 관대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좀도둑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슬쩍 나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큰 도둑은 아무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며 행동한다. 그래서인지 매스컴을 통해 접하는 큰 도둑들은 아주 당당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공공장소에서 속마음이 어떤지는 자신만 알 수 있다. 큰 도둑도 개인적으로 같은 공교육을 받았고, 서로를 볼 수 있는 대면적 상황에서는 청렴하고 양심적인 한국사람일 것이다. 향기와 악취가 한곳에 있으면, 향기는 사라지고 악취만 남는다고 한다. 큰 도둑도 자신이 얻는 이득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우리나라의 청렴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소영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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