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표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해외우려기업(FEOC) 세부 규정안도 마찬가지다. 대다수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위기론'을 말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해외우려기업과 협력할 길이 열렸다고 볼 수도 있다.
이번 세부 규정안에 추가된 핵심 내용은 합작사 가운데 해외우려국가 자본 지분율이 25% 이상인 곳은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IRA에 따라 미국 내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 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이 지정한 해외우려국가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이다.
LG화학, SK온, 포스코퓨처엠 등 이미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곳이나 준비를 대부분 마친 기업들에는 좋지 못한 소식이다.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당장 수천억원으로 예상되는 중국 지분 매입이 사실상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수확은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이다. "가이드가 명확하게 나왔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거나 "대책 마련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업계 반응이 많다.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탈(脫)중국'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이 25%라는 비율을 제시한 만큼 이를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 한국은 아직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배터리 소재 국산화도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보조금 규제와 중국의 배터리 소재 공급망 사이에서 줄타기를 피할 수 없는 게 한국의 운명이다. 좋든 싫든 이제는 '손난로 보조배터리' 식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권준호 산업부 기자 kjh0109@fnnews.com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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