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본연의 업무인 공무원 직무감찰과 부패척결에 총력을 다하는 검찰 수사를 폄훼할 의도는 일절 없다. 감사와 수사가 정부가 하는 일의 전부인 것처럼 보여지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에서 정치적 기반 없이 거대정당에 입당해 대선후보 자리를 꿰차고 당선됐다. 기존 정치권과 경제계에 빚진 게 없었다. 그래서 당당하고 스타일은 거칠었다.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 폐기, 한미동맹 강화, 북한에 대한 원칙 재정립 등 전임 정부의 정책들을 뒤집은 사안들은 논쟁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실천 의지는 분명했다. 정책전환에 대한 지지도 또한 높다.
다만 그게 전부다. 과거 정리를 잘했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은 많지만 '다음엔 뭘 할 건데' 하는 눈빛이다. 이게 바닥 민심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교육·노동·연금 3대 개혁을 되짚어 보자. 교육개혁을 통해 기술진보 수준에 맞는 교육을 공정하게 제공하겠다고 했다. 산업구조 대변혁 과정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동개혁도 주창했다. 지속가능한 복지제도 구현을 핵심으로 한 연금개혁도 강조했다. 초심은 그랬지만 성과는 어떤가. 대입 수능 킬러문항과 사교육 카르텔 근절에 주력하면서 정작 중요한 개혁과제는 후순위다. 노동개혁은 일부 진전이 있지만 노조 회계 투명화 정도다. 연금개혁은 보험료율을 언제 어떻게 올릴지 구체적 방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개혁을 강조하곤 있지만 정부가 '뭘 할지'는 공개된 게 없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은 대체로 '상고하저'다. 정권 초에는 기대감이 반영돼 지지율이 높지만 후반에는 정책수행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3대 개혁은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그동안의 윤 정부 경제정책에는 미래가 없었다는 분석이 많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4일 내정된 후 언급한 '임중도원(任重道遠)'은 녹록지 않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한 것이겠지만 미래 대비 부족 상황에서 나온 본능적 위기감의 발현으로도 읽힌다.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맡은 책임은 무겁고, 실천할 길은 어렵고 아득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에 정책실을 신설하고 경제·사회·과학기술 수석을 산하에 둔 것은 늦었지만 적절하다. 개혁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 구비로 보여서다.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감안했을 때 개혁과제를 진척시킬 공간은 넓지 않다. 그리고 거센 기득권의 반발을 뚫고 가야 한다. 윤 정부의 임기는 3년 이상 남았다. 2기 경제팀의 '미래' 있는 정책을 기대한다.
김규성 경제부 부국장·세종본부장 mirror@fnnews.com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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