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조현식, MBK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 지분 50% 이상 확보 계획
차남 조현범 지분율 42%, 경영권 방어 문제 없을듯... 지배력 강화 위해 인사 단행
차남 조현범 지분율 42%, 경영권 방어 문제 없을듯... 지배력 강화 위해 인사 단행
과거 '형제의 난' 사태를 겪었던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이 다시 경영권 분쟁 조짐을 보이면서 재계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타이어 업계 호황으로 모처럼 뚜렷한 실적개선을 이룬 상황에서 총수의 사법리스크에 더해 2년 만에 형제 간 경영권 다툼까지 재발해 돌발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현범 회장 측은 형인 조현식 고문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지분공개매수 공세에도 당장 경영권 방어 차원의 지분 추가매수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시 불거진 경영권 분쟁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업계에선 이를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현 최대주주이자 동생인 조 회장을 제치고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MBK파트너스 스페셜 시튜에이션스(MBKP SS)의 공개매수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는 이날부터 24일까지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2만원이며,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27.32%(1931만5214∼2593만4385주)가 매입 대상이다. 조 고문 지분 18.93%뿐만 아니라 차녀 조희원씨의 지분 10.61%를 더하고 여기에 나머지 우호지분을 확보, 공개매수를 통해 50% 이상의 지분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한국타이어는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여기에 경영권 분쟁까지 다시 발발하는 모습을 보이며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14~2017년 한국타이어가 계열사인 엠케이테크놀로지(MKT)의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사주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구속됐다가 지난달 보석으로 풀려났다. 조 고문과 MBK도 이 같은 사법리스크를 언급하며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고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조 회장의 지분율이 워낙 높아 경영권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조현범 회장의 지분이 42.03%에 달하고, 여기에 우호지분을 합하면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추가 매수 등의 방법도 가능하지만 현재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 회장 측이 당장은 추가 지분매입 계획은 없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조 회장은 지배력 강화를 위한 후속 인사도 실시했다. 그동안 조 회장의 신뢰를 쌓아온 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를 이날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경영 전반을 총괄하도록 했다.
■잘나가는 사업 제동 걸리나
모처럼 실적개선에 탄력이 붙은 상황에서 사법리스크에 경영권 분쟁까지 확산될 경우 한국타이어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국타이어의 실적은 화재사고 여파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3·4분기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은 39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 급증했다. 1·4분기 영업이익은 190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1.5%, 2·4분기는 2482억원으로 41.6% 각각 늘었다. 원재료와 물류비 상승세가 꺾이는 등 악재가 해소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높아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한국타이어의 올해 연간 예상매출은 9조61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영업이익은 1조1588억원으로 64.2%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의 사법리스크와 경영권 분쟁까지 장기화될 경우 신규투자나 신성장동력 발굴 등의 의사결정이 지연돼 미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타이어 업계는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한국타이어도 관련 투자를 늘리는 추세"라며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수록 한국타이어의 불확실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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