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안녕하세요, 자이언티의 Zip들이에 오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가수 자이언티는 앨범 형태로는 5년만에 발매하는 정규 3집 '집'(Zip) 인터뷰 시작 전 기자들에게 위와 같이 인사했다. 앨범명이 '집'인만큼 인터뷰 장소도 주택 형태의 스튜디오를 빌려 집들이 콘셉트로 꾸몄다. 따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옷을 입고 기자들 앞에 앉은 자이언티는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은 '집' 수록곡들을 소개하며, 실제 집들이에서 방을 소개하듯 조곤조곤 설명해나갔다.
자이언티가 6일 오후 6시에 공개하는 '집'은 그의 깊어진 삶에 대한 성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의 곡들인데, 우리 모두의 감정을 다독여주고 우리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자이언티는 그동안 강렬하고 감각적인 알앤비 성향의 곡들부터 솔직하고 재치있게 표현한 곡들, 강렬하고 창의적인 음악들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알앤비와 재즈, 소프트 팝과 발라드 등 상대적으로 이지리스닝의 편안한 음악들을 골고루 담아냈다. 자이언티는 "건방지고 발칙한 트랙들을 많이 걷어냈고 열개의 곡을 함축하는 의미에서 'zip'이라는 앨범명을 생각했다"며 "중의적인 표현을 좋아하는데, 공간을 의미하는 '집'이라는 의미도 함께 있다"고 소개했다.
자이언티의 이번 앨범 '집'에는 혼네와 악뮤가 참여했으며 배우 최민식이 '모르는 사람'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특별함을 더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자이언티가 데뷔 12주년에 발매하는 정규 3집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정성을 들였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타이틀 곡 '언러브'(UNLOVE)의 뮤직비디오가 독특하다.
▶광고를 주로 작업했던 팀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광고 감독님답게 음악에 무드나 들어가 있는 오브제나 인물을 임팩트 있게 표현하는 것 같았다. 흡족할만한 결과가 나왔다.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적었다. '완벽주의자, 결벽증 환자, 나르시스트이고 소시오패틱한 사람. 그런 사람이 이별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을까. 완벽한 이별을 하고 싶지 않을까? 내 생각에는 상대방의 눈물을 보는 것이다. 눈물을 봐야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라고.
-'언러브'를 소개해준다면.
▶애플 뮤직같은 플랫폼에서 보면 좋아했던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울 때 '언 러브'라는 버튼을 누른다. 말이 예뻐서 제목으로 잡았다. 요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하게 되면서 젊은 세대들이 리셋 증후군이 발현됐다고 하더라. 사진이나 글, 캡션을 지우기가 너무 쉽고 관계 정리하기가 쉬워서 실제 생활에서 관계 정리하거나 뱉었던 말을 주워 담는 것을 말한다. 어떤 면에서 공감되기도 했다. 뮤지션으로서 '언러브' 당하는 일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뮤지션 입장에서 슬프지 않나.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비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언러브'라는 제목을 정해봤다.
-뮤지션으로서 '언러브' 당하는 느낌은.
▶(앨범을 내지 않았던) 5년이라는 동안 마지막 앨범 냈을 때 중2였던 학생이 성인이 되는 시간이지 않나. 그만큼 세대가 많이 바뀌었다. 새로운 세대의 리스너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고민했다. 프레젠테이션을 잘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내 음악에 대한 브랜딩을 잘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챕터를 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새 리스너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 싶나.
▶이제는 얼굴없는 가수가 없다. 라이프 스타일이 좋아서 어떤 가수를 좋아하거나, 혹은 음악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 사람이 좋아서 그의 음악을 듣는 경우도 있다. 나같은 경우에 살갑게 팬들과 소통을 잘 못한다. 그 부분에서 공부를 해야겠지만 어떤 아티스트인지 내 방식대로 알리려면 음악의 완성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도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새 리스너들을 상대로 한 리브랜딩은 어떻게 된 것 같은지.
▶사람들의 반응을 봐야만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들었다고 해도 리스너들이 느끼는 것은 다르니까. 내 강점이 뭔가를 생각했을때 마감, 완성도다. 퀄리티 적으로 높은 결과물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 다른 타이틀 곡 '모르는 사람'은 어떤 노래인지.
▶내가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말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모두에게 사각지대가 있지 않나. 내가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새카만 감정은 알 수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이 노래는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노래다. 슬롬이 말하기를 술 먹으면서 들으면 진짜 좋다더라.
-'모르는 사람'에는 배우 최민식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한다.
▶내 아이디어였다. '모르는 사람'이라는 테마가 '잘 모르는 사람'이다. 최민식은 모두가 아는 사람이다. 목소리도 다 안다. 그의 작품도 다 안다. 최민식의 사람으로서의 다른 부분이랄까. 나조차 몰랐고 모두가 아는 상직적인 인물이 내 작품에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뮤직비디오를 찍기 전에 여러번 만나 커피도 마시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주고 받았다.
-원래 알던 사이였는지.
▶전혀 몰랐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셨다. '왜 내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냐'고 물으니 '음악이 좋더라고'하시더라.(웃음)
-재즈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이라든지 다양한 시도들을 했는데.
▶뮤지션에게 앨범이라는 것은 과학자나 대학원생들의 논문과도 같은 것 같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생각한 것들을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여러 시도를 했다. 편하게 만든 음악이라면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앨범 형태로는 5년만에 발매했는데.
▶정말 바쁘게 살았다. '쇼미더머니'도 나가고 그 안에서 히트곡도 만들었다. 열심히 살았지만 가수로서 내 앨범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앨범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까 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정리가 된 것 같아서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러브'에서 혼네와 함께 작업했는데, 계기는.
▶혼네와의 인연은 한참됐다. 혼네가 서울 투어를 온적이 있다. 더블랙레이블이 해외 인프라가 좋다. 혼네가 한국에 왔는데 만나볼래라고 제안이 와서 '너무 좋다'고 했고 혼네가 작업실에 온 적이 있다. 그때 이미 '언러브' 테마를 갖고 있었고 혼네에게 들려주니 '좋다'더라. 그 이후 빠르게 완성됐다. 그 이후에 서로의 정서를 맞춰가면서 장벽이 조금 있었지만 그 과정을 거쳐 '언러브'가 완성됐다.
-이찬혁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재미있었다. 악뮤의 지난 앨범에서 내가 피처링을 해준 것이 있어서 이번에 흔쾌히 참여해줬다. 찬혁이가 본인의 파트를 직접 썼는데, 반복되는 단어로 굉장히 날로 먹었다. 본인 평가로는 '내가 이 노래를 살렸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인정은 하지만 날로 먹기도 했다.(웃음)
-다음 앨범은 금방 나올까.
▶맨날 금방 될거다 하고 말은 하는데 시간이 빨리 간다.(웃음). 빨리 늙어갈 것 같다. 에너지가 있을 때 많이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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