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데이터(캐시노트)·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소소뱅크 3파전
[파이낸셜뉴스] ‘K-유니콘’부터 ‘재수생’까지,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위한 물밑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이어 세금 신고서비스 '삼쩜삼' 운영사인 자비스앤빌런즈와 소소뱅크도 소상공인·자영업자에 특화한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허가를 받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은행권 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방안’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인가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서다. 금융당국은 산업 발전을 위해 “믿을만한 사업자가 인허가를 신청하면 절차에 따라 검토하겠다”면서도 “자본 유입 역량, 대국민 신뢰 확보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소소뱅크 설립 준비위원회(준비위)는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소소뱅크 출범식’을 열고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재도전 의사를 공표했다. 박준덕 소소뱅크준비위 회장은 “지난 2019년 도전 때는 전체적인 준비 기간이 짧았고 사업 추진 관련 인력도 턱없이 부족했다”면서 “특히 자본금 구성 중에서 유동성 확보와 증자를 위한 금융자본이 필수였는데 금융권 컨소시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4년 전 인가 실패 원인을 자본금 부족에서 찾고, 철저하게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날 준비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E모 투자그룹사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G모 투자그룹사에서 5000억원의 투자협약이 있겠다”며 자금 출자식을 진행했다. 오는 11일 통합 컨소시엄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오는 2024년 2월 12일에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 서류를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소소뱅크의 지난 인가 시도 당시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소상공인연합회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앞서 특화전문은행 진출을 준비하던 핀테크 기업 한국신용데이터(KCD)도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 인가 받아 소상공인 특화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 8월 글로벌 투자기업 모간스탠리택티컬밸류(MSTV)로부터 1000억원 투자를 유치한 KCD는 현재 국내외 금융사와 컨소시엄 구성을 협의하고 있다.
KCD는 자체 개발·운영 중인 자영업자 경영관리 솔루션 운영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금융권이 제공하지 못한 소상공인 맞춤형 상품을 설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사장님들의 구체적인 영업 현황을 반영한 만큼 연체율은 떨어트리고 이자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구상이다. KCD의 ‘캐시노트’를 이용 중인 사업장은 전국에 130만여곳을 돌파했다. 김동호 KCD 대표는 “소상공인 특화은행을 한다고 했을 때 자영업자 데이터 기반으로 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도 기존 사업 영역인 세무를 넘어 은행으로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지난 6일 드러냈다. 지난 3년간 삼쩜삼을 운영하며 쌓아온 데이터를 활용하는 삼쩜삼 뱅크가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도입하면 세금에 이어 금융에서도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칭 삼쩜삼 뱅크의 주요 타깃은 근로소득을 유지한 채 개인 사업을 운영하는 ‘N잡러’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일반 개인사업자와 함께 파트타이머,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의 소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금융서비스 기업’이 되겠다는 각오다.
세 회사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콕 집은 이유는 시중은행의 저금리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규모의 기업과 대부업체 등에서 고금리 상품을 이용하는 취약계층 사이에 ‘공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체 데이터 등을 활용해 맞춤형 중금리 상품을 출시하면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수익 면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4 인터넷전문은행도 손익분기점 돌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토스뱅크도 인가를 받는 과정에서 비슷한 논리를 내세웠지만, 최근에야 월 흑자를 기록했다”면서 “내년에는 연간 1000억원대 흑자를 기록할 수 있겠지만 신규 플레이어가 당장에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도 이 지점을 고민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은 한번 차리고 망하면 끝인 벤처기업이 아니다”면서 “도산하면 소비자 피해가 막심한 만큼 대주주의 적격성, 신뢰성, 자본유입 역량 등이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규 진출 사업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해당 업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손익이 아닌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변화 즉, 모바일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앞서 3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가능성을 보여준 데다 정부가 인허가를 내주겠다는 방침을 세운 지금이 진출 적기”라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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