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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집트, 가자지구 구호 통로 확대...난민은 거부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08 13:53

수정 2023.12.08 13:53

이스라엘, 가자지구 연결하는 국경 검문소 개방 예고 연료 등 인도주의적 구호 물품 공급 확대. 이집트도 동참 이집트, 이스라엘에 난민 보내지 말라고 경고
지난 9월 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경찰이 이스라엘로 통하는 케렘 샬롬 검문소에서 트럭들을 감시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 9월 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경찰이 이스라엘로 통하는 케렘 샬롬 검문소에서 트럭들을 감시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역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하는 가운데 지역 내 구호물자를 전달하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웃한 이집트는 구호물자를 더 많이 전달하겠지만 절대 가자지구 주민을 난민으로 받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 가자지구 국경 개방 예고
미국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방부의 팔레스타인 민사 담당 기구인 코가트(COGAT)의 엘라드 고렌 대령은 7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국경 개방 소식을 알렸다. 그는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남부를 연결하는 케렘 샬롬 검문소를 며칠 안에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는 이집트 북쪽 국경에서 지중해 연안을 따라 좁고 길게 설정된 구역으로 한국의 세종시와 비슷한 면적(365㎢)에 약 230만명이 거주하는 곳이다.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했던 이스라엘은 2007년 무장정파 하마스가 쿠데타로 가자지구를 차지하자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에 분리 장벽을 세워 출입을 통제했다.
가자지구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는 남부 이집트로 통하는 라파 검문소 외에 이스라엘과 연결된 케렘 샬롬 검문소와 에레즈 검문소가 있다. 가자지구 남쪽의 케렘 샬롬 검문소는 북부의 에레즈보다 붐볐던 곳으로 전쟁 전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화물의 약 60%를 담당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공격하자 곧장 국경을 봉쇄하고 수도와 전기, 연료, 물자 반입 등을 끊었다. 유엔 등 국제 사회는 같은달부터 이집트와 통하는 라파 검문소를 통해 구호 물자를 보내고 있다.

7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주민들이 유엔 구호품 창고를 약탈해 식량을 훔쳐갔다고 전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날 "우리의 인도주의 프로그램은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구호품이 약탈당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WSJ에 의하면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이달 1일까지 일시 휴전한 1주일 동안 가자지구로 진입한 구호품 트럭은 일평균 170대였다. 그러나 교전이 재개된 이후 6일 기준 가자지구에 진입한 트럭은 80대에 불과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이 작전 구역을 남부로 확대하면서 남부의 식량 부족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에 미국 등 서방은 이스라엘에 구호물자 진입을 확대하라고 압박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7일 오후 발표에서 "인도주의 붕괴와 풍토병 발생 예방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연료 보충분을 가자지구에 반입하도록 허용한다는 전시 내각의 권고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11월 2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주민들이 유엔에서 나눠주는 밀가루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로이터뉴스1
11월 2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주민들이 유엔에서 나눠주는 밀가루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로이터뉴스1

난처한 이집트...물자 보내지만 난민은 거절
같은날 이집트 고위 관계자도 서방 언론과 인터뷰에서 가자지구로 보내는 구호물자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트럭 숫자는 전쟁 전 일평균 500대 수준이었다.

이집트는 물자지원을 하겠지만 절대로 가자지구 주민들을 난민으로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디아 라시완 이집트 정보부(SIS) 국장은 7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에서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이동하는 것은 이집트에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날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도 가자지구 주민들의 이집트 탈출이 "부적절하며 국제법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집트의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에서 출발한 조직이다. 이집트는 하마스가 2007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몰아내고 가자지구를 점령하자 이스라엘과 함께 가자지구 국경을 봉쇄했다. 2013년 무슬림형제단을 축출하고 집권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10년 동안 하마스를 곱게 보지 않았다. 최근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집트는 난민을 수용할 능력도 없지만 난민 속에 무슬림형제단이나 하마스 세력이 섞여 이집트 안보를 흔들 수 있다고 걱정한다. 또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해외로 쫒아내도록 허용한다면 빈 땅을 차지한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와 약속을 어기고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없던 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7일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 4명을 인용해 이집트가 난민 문제에 진지하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이집트 정부는 가자지구 난민이 이집트로 유입되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 파탄까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라파 검문소에서 이중 국적을 지닌 가자지구 거주민들이 검문소를 넘어 이집트로 넘어가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라파 검문소에서 이중 국적을 지닌 가자지구 거주민들이 검문소를 넘어 이집트로 넘어가고 있다.AF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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