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宋, 200쪽 질문지 묵비권… 이르면 이번주 영장청구 결정[법조인사이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0 18:06

수정 2023.12.11 08:54

돈봉투 살포·불법 후원금 수수
13시간 조사에서 혐의 전면 부인
송영길 "기소하면 법원서 다툴것"
검찰이 지난 8일 소환조사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중이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검찰은 송 전 대표를 이번 수사의 정점으로 보고 관련 인물들을 조사해왔다. 강제수사 착수 8개월 만에 송 전 대표를 직접 소환한 것은 두고 법조계는 검찰이 수사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지난 8일 정당법 위반·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송 전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지난 4월 검찰이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압수수색한 뒤 처음으로 송 대표를 소환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송 전 대표의 경선캠프에서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상황실장, 지역본부장 등을 대상으로 9400만원이 뿌려진 것으로 보고 조사해왔다. 송 전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 살포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외곽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 사는 연구소(먹사연)을 통해 불법 정치후원금을 받았는지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폐기물 소각장 확장과 관련해 인허가 문제를 국회를 통해 해결해주는 대가로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먹사연을 통해 약 3억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중 4000만원의 후원금이 로비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200쪽 질문지, 宋 "나를 죽이려 해"

검찰은 송 전 대표를 조사하기 앞서 20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돈봉투 의혹 관여 여부, 송 전 대표의 외곽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한 불법 후원금 수수 여부 등을 조사했다.

송 전 대표는 13시간 동안의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대표는 조사 직전 취재진을 만나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신뢰가 있을 때 진술을 하는 건데 검사들이 무리한 증거로 나를 죽이려 하고 있는데 내가 진술할 이유가 없다"며 "검찰이 기소하면 법원에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를 인지했는지 여부가 이번 사건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관련 내용을 집중적으로 조사했지만, 송 전 대표 측은 진술거부와 함께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고 전해졌다.

다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이미 기소된 경선캠프 관계자들의 증언이 송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의원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는 돈봉투 살포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강 전 위원 측은 지난 9월 열린 공판에서 "공소사실대로라면 당 대표 선거의 형사적 책임은 최종적으로 총괄 라인인 송 전 대표가 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 재생됐던 강 전 위원과 이 전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취파일에서 강 전 위원은 "내가 '성만이형이 연결해줘서 그걸 좀 나눠줬다'고 영길이 형한테 말했어. '성만이형이 준비해준 것 갖고 인사했다'고 하니 '잘했네'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다만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에 관여했다는 내용의 법정 증언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윤 의원은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인 박용수씨에게 돈봉투를 전달했다고 인정했지만, 송 전 대표까지 보고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이번주 영장청구 결정

법조계에선 검찰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전 대표 역시 검찰의 영장 청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 전 대표는 앞서 자신의 출판 기념회에서 "구속영장을 기각시킬 자신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일 검찰 소환조사를 앞둔 상태에서도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없다. 검사 앞에서 아무리 억울한 점을 해명해 봐야 실효성이 없고 판사 앞에 가서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기소 수순으로 넘어간 후 재판을 준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검찰은 송 전 대표 조사에 이어 돈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보이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현역 의원에 대한 수사인 만큼 수수 의원을 특정하는 작업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이던 검찰은 지난달 20일 돈봉투 의혹 재판에서 돈봉투가 살포된 것으로 보이는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 21명의 실명을 공개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송 전 대표에 대한 조사를 마치면 수수의원들에 대한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