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법 통과에도 업계는 불안
"외교·기업지원 함께 이뤄져야"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중국발 원자재 수출제한 조치가 잇따르면서 국내 산업계의 리스크는 악화되고 있다. 최근 요소수 대란뿐 아니라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 핵심 소재들 등 중국발 공급망 불안은 확산일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원무기화에 대한 단기적 해결이 어려운 만큼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외교·기업지원 함께 이뤄져야"
10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지지부진했던 공급망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산업계를 강타한 공급망 리스크 불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급망 기본법은 한국수출입은행에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설치해 기업의 원자재 수입국가 다변화와 비축물량 확대를 돕는다. 다만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돼 내년 하반기부터 실제 자금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가 언제 또 산업계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차세대 전력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에 필수적인 갈륨(세계시장 중국 점유율 94%)과 반도체 공정용 가스 소재인 게르마늄(83%) 수출통제, 이달 1일부터 전기차배터리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67%) 수출제한에 이어 이번에는 물류 핵심인 요소 수입이 막혔다. 불과 반년 새 국내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기차 산업 핵심 원자재 수입이 난항을 겪는 셈이다.
지난 2021년 국내에서 요소수 대란을 겪었음에도 공급망 다변화에 실패한 이유는 '가격' '품질' '환경규제'로 압축된다. 우리나라는 1967년 세계 최대 규모 요소공장을 세우며 요소를 생산했지만, 중국산 가격공세로 2011년 생산을 중단했다. 다른 나라로 원자재 공급망을 확대하더라도 품질이 발목을 잡는다. 반도체용 가스 등은 원재료를 가져와 추가로 순정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한 실정이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생산단가와 환경규제 등의 문제로 국내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중국 외 국가로 수입처를 다변화한다 해도 순도와 함유 비율 등에 따른 품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급망안정화기금 지원 등을 골자로 한 공급망 기본법이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는 만큼 외교정책과 기업 지원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시스템 자체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공급망은 시급하게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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