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철강사와 조선사의 하반기 후판 협상이 연말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 인하 전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철광석 가격과 전기료 인상 등 원자재값 인상 요인에도 중국산 저가 후판의 유입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 철강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中 '물량 밀어내기'에 저가 수입산↑
12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현재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후판은 두께 6㎜가 넘는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에 사용된다. 통상 후판값 협상은 상·하반기 각각 한 번씩 진행된다. 당초 11월에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6개월 넘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앞서 올해 상반기 조선향 후판 가격은 t당 90만원 중반~100만원대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하반기에는 90만원 중반대로 가격이 소폭 인하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가격 인하에 힘이 실리는 것은 국내 시장에 저렴한 중국산 후판 유입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까지 중국산 후판은 총 102만7000t이 수입됐는데 이는 지난해 대비 71.5% 증가한 규모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이지만, 최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내수 판매가 부진하자 초과공급분을 수출로 밀어내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산 후판 가격은 1t당 70만원대, 국산 후판의 경우 100만원대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사-철강사, 줄다리기 팽팽
후판 가격 인하를 주장해 온 조선업계는 원가 절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3·4분기 국내 조선 3사가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후판가 인하시 수익성 추가 개선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은 생산원가의 20~30%를 차지해 조선업 수익 폭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반면, 철강업체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불황기에 하반기 원자재 가격까지 올라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산업용 전기료는 kWh당 31.7원이 증가했다. 전력비는 철강 제품 원가의 약 10%를 차지해, 전기요금이 1kWh당 1원 인상되면 전기로를 운영 중인 철강사는 연간 30억원의 비용이 더 든다는 입장이다.
철광석 가격도 오름세다. 지난 8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t당 137.4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가량 증가했다. 지난 5월 t당 97.4달러로 저점을 기록한 뒤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입재가 무분별하게 유통될 경우 철강의 국내 생산 기반이 약화되고 나아가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양 업계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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