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 우라늄 가격 72% 급등, 내년에 더 오를 듯
저탄소 목표 달성하려면 원전 늘려야...우라늄 확보 관건
원자력 대국 꿈꾸는 中, 우라늄 확보에 혈안
러시아-中이 원전 핵연료 시장 장악...'자원 무기화' 위험
서방 전력사들은 안정적인 핵연료 확보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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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원자력 발전이 기후변화 방지 및 저탄소 사회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각광받는 가운데 원자력의 연료인 우라늄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서방 언론들은 세계 우라늄 공급을 러시아와 중국이 좌우한다며 서방이 이를 대체하는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고 내다봤다.
저탄소 목표 달성하려면 우라늄 필요
국제 우라늄 시세는 1980년에 1파운드(0.45kg)당 40~50달러 수준이었으나 1990년대 들어 2000년대 초까지 20달러 아래에 머물렀다. 우라늄 시세는 2003년부터 조금씩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점차 채굴 기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우라늄 시세는 2006년에 세계 2위 우라늄 광산으로 불리던 캐나다의 시가레이크 광산이 침수되면서 폭발적으로 뛰었다.
시장에서는 광산 개발이 1년 가까이 늦어진다는 걱정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동시에 중국과 인도의 원자력 발전소(원전) 건설이 늘어난다는 기대로 인해 시세 전반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시세는 2007년 6월에 파운드당 13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추락했고, 다시 반등했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원전 기피 분위기가 퍼지면서 또다시 급락했다. 우라늄 가격은 2016년 11월에 18.5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우라늄 시세는 올해 급등하기 시작했다. 우라늄 가격은 지난달 20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15년 만에 처음으로 80달러를 돌파했다. 시세는 미국 뉴욕 시장에서 지난 8일 82.75달러를 기록해 올해 들어 72.4% 증가했다. 영국 우라늄 투자사 옐로케이크의 안드레 리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내년 천연 우라늄 가격이 파운드당 100달러(약 13만2000원)를 넘길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전망했다.
우라늄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주요국들이 기후변화 방지와 탄소 절감을 위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원자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등 22개국 대표들은 2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통해 원전 증설을 선언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차원에서 세계 원전 용량을 2020년 대비 3배 늘리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원전 늘리는 中, 우라늄 확보에 혈안
우라늄 시세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원인은 중국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 기준 세계 17개국에서 건설 중인 원자로는 총 57개로 이 가운데 21기는 중국에서 짓고 있었다. 해당 원자로들의 발전 용량은 총 21.61기가와트(GW)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1GW의 전기면 중소 도시 하나의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
2번째로 원자로를 많이 짓는 국가는 8기(6.03GW)를 짓는 인도였으며 3위는 튀르키예(4기·4.46GW)였다. 한국은 4위로 총 4.02GW를 생산할 수 있는 3기의 원자로를 짓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8월에도 6기의 신규 원자로 건설을 승인했으며 전체 발전량 대비 5% 수준인 원자력 비중을 2035년까지 10%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중국이 이처럼 원전 건설을 서두르는 이유는 경제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중국의 총 전력생산량은 2000년 1280테라와트시(TWh)에서 2020년 7600TWh로 급증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중국이 발전량을 늘리면서 국제적인 탄소 감축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자본과 건설을 국가가 통제하는 중국 사회 특성상 원전 건설이 타국보다 쉬운 편이라고 평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중국 정부는 안정적인 우라늄 공급망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FT는 중국이 세계 2위의 원자력 발전 국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원료 자급자족을 위해 우라늄 수요의 3분의 1을 중국에서, 3분의 1은 해외 광산 투자로, 나머지 3분의 1은 시장에서 구매해 충당한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미 중국국영우라늄공사(CNUC)와 중국종합원자력그룹의 자회사가 니제르, 나미비아, 카자흐스탄의 우라늄 광산들을 인수했다. CNUC는 카자흐스탄과 인접한 신장 지역에 우라늄 거래 허브를 목표로 저장소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리벤버그는 FT를 통해 "중국은 그들에게 필요한 광물은 어떤 것이든 묶어두려고 할 것"이라며 서방 전력사들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도 걱정...우라늄 공급망 확보해야
서방 전력사들이 중국의 우라늄 야심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러시아 때문이다. 대부분의 원전에서는 전력 생산을 위해 천연 우라늄 광석이 아닌 가공된 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발전용 핵연료는 우라늄 235가 약 3% 들어있는 저농축 우라늄이다. 농축 수준이 90%가 넘어가면 핵무기 재료가 될 수 있다. 그 결과 농축 우라늄 생산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규제가 많고 생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미국 등 주요 서방국들은 번거롭게 직접 생산하는 대신 러시아에서 저렴한 농축 우라늄을 수입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천연 우라늄 생산 비중은 세계 총량 대비 11%로 전체 6위에 불과했다.
반면 러시아의 농축 우라늄 생산량은 2021년 기준 전 세계 공급량의 3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해당 물량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로사톰(ROSATOM)에서 만들었다. 2위는 10% 초반대의 중국 기업이었다. 이외에도 프랑스와 유럽 컨소시엄 기업이 중국과 2위 다툼을 하고 있다.
결국 원전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서방 국가들은 가뜩이나 러시아와 중국이 농축 우라늄 공급을 장악한 가운데 중국의 우라늄 수요가 늘어난다면 가져갈 우라늄이 모자랄 수 있다.
리벤버그는 "중국의 이런 노력이 자원 확보 경쟁을 촉발할 것이고 이로 인해 서방 전력 기업의 조달 능력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새로운 공급을 찾아 곳곳을 다니고 있다"며 "중국이 2020년대에 원자력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 많은 우라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걱정되는 시나리오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가 서방에 우라늄 공급을 차단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침공 이후 러시아에게 다양한 경제제재를 적용했지만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을 대체할 방법이 없어 여전히 러시아에 돈을 주고 원전 연료를 사오고 있다. 리벤버그는 "만약 러시아가 우라늄 공급을 끊기로 한다면 서방 전력 기업들은 러시아로부터 독립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까지 향후 5년간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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