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전 세계가 한국인들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가 강해질수록 그 그림자도 짙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의 경우 한 관중이 양쪽 눈을 찢는 인종차별적 행동을 해 비난이 쏟아진 일이 있었다. 인종차별은 없어지지 않고 지독하게 따라다닌다. 가슴 아프지만 오페라계도 마찬가지다.
과거 독일에서 활동하던 시절 헝가리 작곡가 칼만의 오페레타 '차르다시 공주'에서 에드윈 왕자를 맡아 공연한 적이 있다. 한 기자가 “'차르다시 공주'가 아닌 '미소의 나라'를 보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는 리뷰를 작성해 극장이 발칵 뒤집어졌다. 중국 엘리트 외교관과 백작의 딸 사이의 로맨스를 다룬 레하르의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를 가져와 아시아 성악가를 공개적으로 비아냥 댄 것이다. 사과를 받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작품에 대한 비평은 없고 인종 이야기만 남아 깊은 상처가 됐다. 이후 오페라계의 인종차별에 대해 폭넓게 고민하게 됐다.
성악가에 대한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오페라의 역사가 400년이 넘는 만큼 작품에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오페라는 어떠한 방식으로 관객들과 만나야 할까. 모차르트 '마술피리'에는 흑인 배역을 향해 “네 영혼은 네 얼굴만큼 시커멓구나”라는 가사가 있다. 요즘에는 관객에게 선보이기 전에 미리 해당 구절을 삭제하는 프로덕션이 많다. 이렇듯 문제가 될 부분을 덜어내는 것도 좋은 해결 방법이다.
K팝, K드라마 그리고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며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진 오늘날, 오페라계에서도 위상에 맞게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 다양한 인종과 예술가들이 무대에 서는 것은 단순한 다양성의 표현을 넘어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해 진정한 힘과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다.
내년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 이상이 외국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5% 기준을 넘으면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분류된다고 하니 지금이 인종차별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준비가 돼 있을까? 무대를 통해 오페라가 우리의 시대를 반영하며, 사회적 변화를 주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길 희망한다.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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