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대생 A씨는 최근 자신의 지갑 속에 마약 진단키트를 가지고 다닌다. 친구들과 클럽에 가거나 편하지 않은 사람과 음료나 술을 마실 때 나쁜 일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다. A씨는 "최근엔 프랑스의 한 여성 의원이 다른 사람 집에 갔다가 상대가 몰래 탄 마약 음료를 마시고 도망쳐나왔다는 뉴스를 보고 많이 놀랐다"면서 "이런 키트라도 가지고 있으니 다소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마약사범이 증가하면서 마약류 진단키트 판매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몰 등 시중에서 파는 마약류 간이키트는 주요 마약류에 대해 양성반응이 나오는지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다. 자신의 음료에 남이 몰래 타는 이른바 '퐁당 마약'을 확인하는 진단키트 역시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뽕' 진단키트 6배 넘게 팔려
1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선 자신의 소변으로 검사하는 간이 진단키트, 음료에 약이 들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이른바 '휴대용 물뽕 진단 키트' 등이 판매되고 있다. 휴대용 물뽕 진단 키트는 캐드에 음료를 떨어뜨린 후 간단한 마약 반응을 검사하는 것으로 가격이 한 패키지에 1만원대다. 자신의 소변을 묻힌 후 마약 반응이 나오는지를 살피는 마약검사키트는 10만~2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체외진단의료기기 기업 P사의 경우 휴대용 물뽕(GHB) 진단키트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올해(추정치) 6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P사의 휴대용 GHB 진단키트는 술이나 음료 등에 일명 데이트 마약으로 불리는 GHB가 들어있는지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물질이다.
P사 부대표는 "세계적으로 성범죄 등에 많이 사용되는 마약은 GHB와 케타민, 로이트놀 총 3가지가 있는데, 한국에선 GHB가 범죄에 많이 악용된다"며 "마약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한 지난해 2·4분기부터 휴대용 GHB 진단키트 판매량이 급증했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포털에 관련 제품 1500여개
포털사이트에서 '마약검사키트'를 검색하면 판매 리스트가 1500개가 넘는다. 고가 제품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5만원 이하 제품들이다. 이들 제품을 1회분으로 나눠서 보면 1만원이 넘지 않는 저렴한 수준이다. 이들 마약류 진단키트를 구매한 이들이 남긴 상품평에 "내 가족은 내가 지켜야 된다는 생각에 준비했다", "불안한 세상이라 가지고 있어야 겠다" 등과 같은 글이 남겨져 있었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변호사는 "휴대용 진단키트에 대한 정확도는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되려 정확도가 있다 보니 보호 관찰 등으로 마약검사를 해야 하는 사범들이 사전에 휴대용 진단키트를 이용하는 등의 역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1만8187명이다. 이는 지난해 검거인원(1만8395명)의 98.9%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9월을 기점으로 마약사범은 지난해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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