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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의 그림자가 국내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업종과 기업 규모를 불문하고 산업계 전체에 드리워지고 있다. 유망 중소·중견기업 가운데는 유동성 문제로 월급이 밀리거나 권고사직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나은 대기업도 길어지는 실적부진에 희망퇴직이 잇따르거나 경상비를 줄이는 게 추세로 자리잡는 등 산업계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확산되고 있다.
월급 밀리고 희망퇴직...'약한 고리' 중기
11일 업계에 따르면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은 월급지급일 전날인 지난 7일 "월급 일부 지급이 미뤄질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달 10일이 월급일인데 갑작스럽게 사측에서 일부 지급을 통보했다"며 "오는 22일 이후 나머지를 지급한다고만 통보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에듀윌이 월급 지급을 미룬 건 1992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에듀윌 관계자는 "주된 사업인 공인중개사 시험사업이 부동산 침체의 영향을 받으면서 위축됐고, 경기불황으로 교육업계 전반이 불황"이라면서 "월급은 이번달 내로 지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에듀윌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인 지난해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주 사업영역인 공무원과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생 수가 감소한 게 직격탄이 되면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3월엔 2019년 하반기부터 시행한 주 4일제 근무를 폐지했으며, 8월엔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에듀윌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전반이 올해 경기침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영실태 및 2024년 경영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절반(49.8%) 가량은 "2023년 경영환경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올해 경영난의 주요 요인(복수응답)으로는 '수요위축(47.4%)'이 가장 많았고, 인건비 상승(31.7%), 금리인상(30.9%) 등이 뒤를 이었다. 내년도 경영환경 전망에 대해선 응답기업의 57.4%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내년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스타트업 곳곳에서는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자회사인 직방파트너스는 지난달 임직원 대상으로 8개월 만에 재차 권고사직을 진행했다. 이번 권고사직 대상자는 전체 임직원 140여명 가운데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숙박·여행 플랫폼 야놀자도 지난 9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야놀자는 올해 상반기 2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대기업도 '마른 수건짜기'
대기업도 글로벌 경기 침체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파주와 구미 공장의 만 40세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앞서 올해 초 사무직 직원 대상 자율 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실적 부진이 길어진 대유위니아의 가전 3사(위니아전자·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위니아)는 지난해 5월부터 임금체불이 시작됐다. 3사의 체불임금은 지난달 기준 708억3600만원 수준이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침체에 내년에도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4'와 '갤럭시 언팩' 행사를 앞두고 필수 인력 중심으로 출장자 최소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임원과 팀장의 복리후생비와 활동비 등의 예산을 각각 50%, 30%씩 삭감한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예산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파악됐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에도 물가 안정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기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의 인력구조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희망퇴직 등 조치는 기업의 규모를 가리지 않고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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