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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 및 사내공지 게재
“경영쇄신위원장으로서 카카오 새롭게 설계” 다짐
작년 1월 카카오페이 임원 먹튀논란 이어 또 사법리스크
[파이낸셜뉴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사진)이 11일 “(저는) 의지를 가지고 새로운 카카오로의 변화를 주도하고자 한다”며 “항해를 계속할 새로운 배의 용골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즉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는 게 김 위원장 설명이다.
“경영쇄신위원장으로서 카카오 새롭게 설계” 다짐
작년 1월 카카오페이 임원 먹튀논란 이어 또 사법리스크
앞서 김 위원장은 2022년 1월 당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대량 매각 논란으로 인해 카카오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이뤄진 시점에도 사내공지를 통해 “카카오가 오랫동안 쌓아온 사회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회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을 거듭해 보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도 김 위원장은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던 미래지향적 혁신과 지금의 카카오 규모에 요구되는 시스템 구현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또 다시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의 시세조종 의혹 등 관련 임직원이 사법리스크에 휩싸이면서 자기 반성을 내놓았다.
다음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 계열사 임직원에게 남긴 사내 공지 전문.
안녕하세요. 브라이언입니다.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카카오를 설립해 크루들과 함께 카카오톡을 세상에 내놓은 지 14 년이 되어갑니다. ‘무료로 서비스하고 돈은 어떻게 버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우리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골목상권까지 탐내며 탐욕스럽게 돈만 벌려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 지금의 상황에 참담함을 느낍니다.
기술과 자본이 없어도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플랫폼 기업을 만들고자 했고, 이를 위해 열정과 비전을 가진 젊은 CEO 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마음껏 기업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 방식이 한국에서도 작동하길 바랐고 실제로도 카카오와 카카오 계열사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공을 만들어냈습니다.
성장 방정식이라고 생각했던 그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저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더 이상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자산 규모로는 재계 서열 15 위인 대기업입니다.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올라가면 기대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동안 우리는 이해관계자와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춰오지 못했습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고자 했으나 지금은 카카오가 좋은 기업인지조차 의심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려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커지고, 카카오의 세상을 바꾸려는 도전은 누군가에게는 위협이자 공포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우리를 향한 기대치와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삐그덕대는 조짐을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카카오는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습니다.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과거 10 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합니다.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자율경영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투자와 스톡옵션과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어냈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해야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 카카오가 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추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개선과 개편으로는 부족합니다.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합니다.
저는 경영쇄신위원장으로서 의지를 가지고 새로운 카카오로의 변화를 주도하고자 합니다. 항해를 계속할 새로운 배의 용골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가겠습니다.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우선,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현재 시점의 시장 우위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데 집중하겠습니다.
그룹 내 거버넌스 역시 개편하겠습니다.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카카오의 기업 문화 역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과거에 말씀드린 적 있듯이 ‘문화가 일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기에, 현재와 미래에 걸맞은 우리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합니다. 2024 년부터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쇄신의 진행상황과 내용은 크루들에게도 공유하겠습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기에 지체하지 않고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한 과정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 여정에 카카오와 계열사 크루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경영진들도 단단한 각오로 임해주시길 요청합니다. 저부터도 부족한 부분에 대한 날 선 질책도, 새로운 카카오 그룹으로의 쇄신에 대한 의견도 모두 경청하겠습니다.
지금의 이 힘든 과정은 언젠가 돌아보면 카카오가 한 단계 더 크게 도약하는 계기로 기억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바일 시대에 사랑받았던 카카오가 AI 시대에도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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