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브로드웨이 부럽지 않다"… 연말 수놓는 '뮤지컬 대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1 18:09

수정 2023.12.11 18:09

1억 3000만명이 본 명작 '레미제라블'
19세기 대격변기 파리 뒷골목에 온 듯
신나게 웃고 싶다면 '시스터액트'추천
살인 현장 목격 후 숨은 수녀원이 배경
김호영'렌트'·10주년'레베카'도 인기
뮤지컬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뮤지컬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뮤지컬 '시스터 액트'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시스터 액트'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1년에 한번 정도는 내게 선물을." 지난 주말, 뮤지컬 '시스터 액트'와 '레미제라블' 공연장에서 만난 관객의 말이다. 요즘 대형 뮤지컬 VIP 티켓값이 영화 티켓값의 10배에 육박하는 17~18만원에 달하지만 연인과 친구, 아이의 손을 잡고 온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뮤지컬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성장한 공연 장르로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4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1~6월)에 이미 2200억원을 넘겼다. 이런 가운데 오랫동안 관객의 사랑을 받은 대작 뮤지컬이 연말 무대를 수놓는다.


■1억3000만명이 본 뮤지컬의 명성 '레미제라블'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로이 킴'으로 열연했던 민우혁이 본업으로 돌아와 최재림과 함께 장발장을 연기 중인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공연화한 작품이다. 지난 2013년 한국어 공연 초연 이후 올해 10주년이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원작 뮤지컬은 영국 뮤지컬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의 손을 거치면서 지난 37년간 53개국 22개 언어로 공연돼 1억3000만명이 봤다.

동명의 송스루(모든 대사를 뮤지컬 넘버로 처리) 뮤지컬 영화는 지난 2012년 국내 개봉해 무려 594만명을 동원하며 인기를 끌었다.

위고가 장장 16년간 매달린 방대한 원작 덕에 뮤지컬 역시 장발장을 중심으로 30년의 시간에 걸쳐 다양한 인물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빈민층을 잠재적 범죄자로 본 당대 시대 분위기를 알아야 그나마 이해 가능한 편협한 자베르 경감, 사생아를 낳아 기르던 불행한 여인 판틴과 그녀의 딸 코제트, 코제트를 구박하던 여관집 주인과 그들의 씩씩한 딸 에포닌 그리고 프랑스대혁명에 참가한 정의로운 청년 마리우스 등 19세기 대격변기 파리의 어두운 뒷골목으로 관객을 이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학생과 시민들의 합창 '두 유 히어 더 피플 싱'과 판틴의 애절한 노래 '아이 드림드 어 드림' 그리고 사랑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에포닌의 '온 마이 온' 등 귀에 친숙한 음악과 탄탄한 원작 덕에 마치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작품이다. 단, 종합선물세트는 평균적 맛은 보장하나 그 이상의 감동을 주거나 받는지는 미지수다. 어떻게 보면 다 아는 이야기라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덜하고, 1862년에 탄생된 캐릭터의 사연은 보편성을 띠지만 괴리감도 있다.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의 미덕은 있다. 장발장의 이야기가 프랑스대혁명과 어떻게 연결되며 판틴·장발장이 함께 키운 코제트와, 코제트와 신분이 다른 마리우스의 결혼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되짚는 기회가 된다. 김수하가 연기한 에포닌과 자베르에 도전한 카이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내년 3월 10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흥과 웃음 보장 '시스터 액트'

1992년 동명의 히트 영화를 무대화 한 '시스터 액트'는 올 연말 신나게 웃고 싶다면 주저 없이 선택해도 좋다. 인기 가수를 꿈꾸는 '들로리스'가 살인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고 수녀원으로 몸을 피한 뒤 자매들과 흥이 넘치는 찬양으로 성당도 살리고 자신의 삶도 되살린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견습 수녀 김소향 등 몇몇을 제외하곤 모두 외국인 배우들이 연기해 내한 공연처럼 보이나, '레베카' '웃는 남자'의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했다. EMK의 첫 번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으로 주인공 니콜 바네사 오티즈를 비롯해 출연진의 폭발적인 성량이 귀를 즐겁게 한다.

무대 위 슈퍼스타를 꿈꾸는 들로리스의 '패뷸러스, 베이비!', 들로리스를 짝사랑한 '겨땀' 에디가 전하는 사랑스러운 고백 '아이 쿠드 비 댓 가이', 악당 3인방의 '레이디 인 더 롱 블랙 드레스', 견습 수녀의 용기 있는 변화가 담긴 '더 라이프 아이 네버 레드' 등 디즈니 음악의 거장 알란 멘켄이 작곡한 주요 넘버들이 흥을 돋우고, 미워할 수 없는 악당 3인방과 사랑스러운 수녀 캐릭터들의 향연이 미소를 부른다.

진정한 묘미는 커튼콜에서 절정에 달한다. 수녀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순간, 공연장은 순식간에 콘서트 분위기로 변한다. 한국어로 대표 넘버를 부르는 팬서비스까지 "부모님 효도 아이템"으로 손꼽힐만하다.
내년 2월 11일까지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이밖에 '드라큘라 장인' 김준수 등이 출연하는 '드라큘라'는 내년 초연 10주년을 맞아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한창 공연 중이다. 현재 '세계 최장수·최고령 엔젤'로 알려진 김호영이 아홉번째 시즌을 맞은 '렌트'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아티움에서 내년 2월 25일까지 계속된다.
또 2013년 초연해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레베카'는 오는 14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앙코르 공연을 이어간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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